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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아이들이 가야할 이유

입력
2020.10.15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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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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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구룡산'이란 그리 높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한다. 숲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자그맣고 아늑한 곳에 위치한 '유아숲체험원'이 있다. 아이들의 정서적 교육과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선생님 이야기도 듣고, 숲을 관찰하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설렁하기만 하다.

숲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가장 순진하고, 고결한 모습이다. 그래서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에서의 삶을 표현하면서 모든 곁가지를 다 도려내고 삶의 가장 고갱이를 체험하는 삶이었다고 했나 보다. 숲과 자연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상상, 그리고 집중을 키운다. 어릴 적 나는 산촌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서 지내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산으로 둘러싸인 할아버지 댁의 마루에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모양을 보며 온갖 상상의 나라에 빠지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곤 했다.

숲과 자연을 제대로 접하며 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가기 쉽다. 생태를 나타내는 'eco'가 그리스어의 어원에 따르면 가정 또는 집을 뜻한다고 한다. 생태계의 다양한 인자들이 다 다른 개체지만 가족과 같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해 가면서 생태계를 보전하는 이치를 숲은 알려 주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의 자연과의 교감은 평생 자연을 이해하고 함께 조화로운 삶을 살게 하는 기초가 된다.

숲에서는 아무런 장난감이 없더라도 주변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와 잎, 열매, 흙, 자갈 등 무수히 많은 자연물을 가지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놀이에 열중한다. 아이들이 숲에서 지루해하지 않고 푹 빠져 노는 이유다. 또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은 자연스럽게 키워진다.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은 억지로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것 보다는 의식의 갑작스러운 도약을 도와주게끔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또한 창의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특히 유아나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어야만 효과적이다. 그래야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생긴다. 토런스란 학자는 "창의성이란 곤란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또 그 결과를 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 문제에 대해 더 깊게 파고, 두 번 보고, 실수를 감수하고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 보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 보고, 잠긴 문 밖으로 나오고, 태양에 플러그를 꽂는 것"이라고 하였다.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된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앞서 말한 창의력이 발휘되는 조건을 살펴보면 숲 환경이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이먼 니컬슨이란 건축학자는 '흩어진 조각(Loose Parts)'이론을 제시하면서 환경과 경관이 얼마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연결을 하는지를 설명했다. 이 이론의 골자는 접하는 환경이나 사물, 그리고 경험 등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고 아이들의 집중과 창의에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상상력, 창의력, 호기심 등이 바로 'Loose Parts'의 사물과 연결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숲과 함께 뛰놀고 자라야 할 이유다.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ㆍ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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