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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적자' 그래도 무료 대관…예술인 없인 예당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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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적자' 그래도 무료 대관…예술인 없인 예당도 없어"

입력
2020.10.19 09:00
수정
2020.10.19 09: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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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 나선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14일 한국일보와 만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앞으로는 대관 사업뿐만 아니라 좋은 공연에도 투자하면서 수익 다각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14일 한국일보와 만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앞으로는 대관 사업뿐만 아니라 좋은 공연에도 투자하면서 수익 다각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지금은 힘들지만 코로나19는 반드시 끝납니다. 그러니 살아 남아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을 위한 작품을 준비합시다."

예술계 대선배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의 경영자로서 유인택(65) 예술의전당(예당) 사장의 위기 극복의지는 결연했다. "예술의전당 32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임기 2년 차에 맞은 비운의 주인공이지만, 자세만큼은 우면산 자락처럼 다부졌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예당도 위기를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예당 집무실에서 만난 유 사장은 "전년과 비교해 연말까지 수익 감소분은 80억원으로 추정되고, 이미 적자폭이 1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공연이 사라져 예당의 주수입원인 대관료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당장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줄 형편이 못 돼 금융권 대출을 알아보는 처지다.

이렇듯 한 푼이 아쉬운데 지난달 예당은 "연말까지 민간단체 대관료를 받지 않겠다"는 통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취임 때부터 누누이 공공성을 강조한 유 사장의 결단이다. 공연, 영화계에서 조직 운영과 투자 경험이 많은 유 사장은 영세 예술인, 기획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 사장은 "그나마 예당은 버틸 힘이라도 있지만 공연 기획ㆍ제작사들은 이미 한계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이들이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무대라도 기꺼이 내주겠다는 것. 유 사장은 "문화 예술인이 없으면 예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연 영상화 스튜디오 설립은 전국 극장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연말 쯤 출범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연 영상화 스튜디오 설립은 전국 극장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연말 쯤 출범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예당이 수익 사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공적 역할을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국고보조금 확대가 필요하다. 1년 예산 440억원에서 현재 국고보조금 비중은 25~30%대에 머물고 있다. 이를 최소 50%까지는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유 사장은 "예당은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인데, 이런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그 위상과 자부심에 비해 국가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달엔 예당의 막내 공연장, 음악당 지하홀에 있는 100여석 규모의 '인춘아트홀'이 새로 문을 연다. ‘IBK챔버홀’ 설립 이후 9년 만의 새 공연장이다. 지난해 인춘장학재단이 기부한 10억원을 토대로 지난 8월 완성했다. 독주회가 주로 열리는 '리사이틀홀'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대관을 신청하면 해마다 1,000여명이 탈락하는 실정인데, '인춘홀'은 신진 예술가나 소외계층에 활짝 열려 있어 예당의 무대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공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공연의 영상화 작업을 돕는 전문 스튜디오도 만든다. 현재 '미래아트홀' 자리에다 최신 영상장비들을 채워넣을 예정이다. 단순 녹화중계 수준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영상 문법에 맞게 가공하겠다는 야심이다. 유 사장은 "화면으로 보는 공연 장르인 '스테이지 무비'는 오프라인 공연과 달리 1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예술인의 생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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