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례 없는 대주주 기준”, “주식 보유액으로 대주주 과세, 주요 선진국 중엔 없어”
지난 11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쏟아진 언론 기사 제목이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세법상 과세 대상 주주로 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와 다른 의미) 요건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ㆍ미국ㆍ일본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ㆍ호주 7개국 가운데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지분 시세로 정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결국 류 의원이 보고서를 공개한 요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3억 룰’이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 의원의 주장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주요 선진국 7개국 중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 과세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결국 우리나라가 대주주 금액 기준을 도입한 것은 전면 과세 시행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접근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대주주 요건=갈라파고스 규제’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대주주 요건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대주주 요건 완화가) 보고서의 요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감의 당초 취지에 걸맞지 않는 ‘낙제점’ 수준의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주장과 입증 근거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빈약한 자료를 들이밀거나, 통계나 보고서의 내용을 짜집기하는 식으로 정치적 공세를 일삼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옵티머스ㆍ금융위 유착? 빈약한 팩트체크
1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원회도 옵티머스와 연루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017년 12월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금융위 직원 간 녹취를 제시했다. 녹취에서 금융위 직원은 김 대표에게 “(청사에) 오후 5시까지 올 수 있느냐. 청사 1층에서 전화하면 내려가서 직접 (서류를) 접수하겠다”고 했다. 당시 옵티머스는 최대 주주를 이혁진 전 대표에서 양호 전 나라은행장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이에 강 의원은 "녹취 속 직원이 당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이라며 “과장이 1층까지 내려가 신청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양 전 회장과 금융위 윗선의 관계가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 직원이 청사 1층에서 민원인을 만나 서류를 접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정부 청사는 ‘2중 보안’ 시스템이다. 민원인이 정부 청사에 출입하려면 ①신분증을 제출하고 ②민원 관련 직원이 1층 로비로 내려와 민원인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게다가 금융위에 따르면, 당시 김재현 대표와 통화한 직원은 자산운용과장이 아니라 대주주 변경 접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확인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녹취록에 나온 목소리는) 담당 과장 목소리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강 의원 주장대로 금융위와 옵티머스 간 커넥션이 있었다면 출입 기록이 남는 사무실에서 만났겠느냐”고 되물었다.
음주운전 가석방 늘어? 통계의 선택적 해석
문재인 정부 들어 음주운전 가석방이 대거 늘어났다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교통사범 등 가석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사범 가석방자는 2015년 185명에서 2019년 707명으로 증가했다. 2015~2019년 연평균 증가율은 42%에 달했다. 올해 1~8월에만 434명이 가석방됐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는 살인행위’라고 강조해놓고, 뒤로는 음주운전 가석방을 늘리고 있다”며 “이제 국민은 문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가석방 증가가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 때문이라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2018년 말 시행된 이후 음주운전 구속자가 크게 늘고 자연히 ‘가석방 심사대상’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한 ‘가석방 허가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가석방 허가율은 2017년 96.4%, 2018년 73.9%, 2019년 72.5%, 2020년(1~8월) 74.7%다.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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