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정부의 입법예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죄 폐지 대체법안과 관련해 임신 당사자인 여성 시각에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신주수에 따라 낙태를 일부 허용하되, 낙태죄는 형법에 그래도 남겨 둔 정부 안이 수정돼야 한다는의견이다.
입법조사처는 14일 ‘낙태죄 개정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회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 같이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정부 입법예고안을 중심으로 △낙태죄 처벌조항 폐지 △사회경제적사유와 본인의 요청 보장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제도 마련 △인공임신중절 예방제도의 도입 등을 쟁점 과제로 짚었다.
지난 7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 임신중절은 허용하되, 14~24주 사이에는 조건부로 허용한다. 보고서는 형법상 낙태죄 전면 폐지에 대한 요구와 낙태죄 존치론 주장이 대립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처벌의 기준과 범위를 허용사유와 시기 등으로 엄격하게,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또 14~24주 사이에 ‘조건부’로 제기된 ‘사회경제적 사유’와 관련해 “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전에 기반한 여성 본인의 요청’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안에는 낙태절차요건에 상담절차와 24시간 숙려제도 도입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절차가 낙태지연과 비용증가, 원치 않은 출산 강요 등의 위험성과 부작용이 있다고 제시하면서 “상담절차와 숙려제도는 여성의 온전한 결정을 돕고, 충분한 정보 제공과 보건의료지원, 안전한 환경에서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사후적ㆍ보조적 조치로 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법예고안 수정을 위해 제일 먼저 대체법안으로 발의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다. 형법 상 '낙태의 죄'가 전면 삭제되고, 인공임신중단은 ‘임산부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가능하다고 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산부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이러한 내용을 폭넓게 담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이제 우리사회도 지난 1953년 이후 형벌규정으로 존재했던 낙태에 대해 세밀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제도의 재구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임신한 여성의 시각에서 성ㆍ재 생산권리 보장, 안전한 의료제도의 보장, 사회정책과 서비스 제공에 기반해 낙태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는 권고적 성격에 그친다. 논의를 이어 법안처리까지 가는 건 의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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