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ㆍ박혜수와 찰떡호흡 고아성 "웰메이드 여성영화 나와야 할 때"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이솜ㆍ박혜수와 찰떡호흡 고아성 "웰메이드 여성영화 나와야 할 때"

입력
2020.10.15 10:10
수정
2020.10.15 10:21
0 0

배우 고아성.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상고 출신으로 회사와 맞짱을 뜨는 이자영 역을 연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출발점은 1990년대 실제로 존재했던 고졸 말단 사원들이 파이팅하는 이야기였다. 핵심은 '파이팅'에 있다."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종필 감독의 설명처럼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을 외쳐대는 상고 출신 사원이 기어코 회사와 맞짱 뜨는 이야기다.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4B연필이라도 깎아야지. 난 포기 안 해!"라고 부르짖는 이자영(고아성)이 그 중심에 있다.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은 "자영은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명랑한 캐릭터"라며 "처음 회사 비리를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력을 발휘하는 인물이라 캐릭터적인 연기보다는 끌고 가는 역할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때는 1995년, 굴지의 대기업 삼진그룹 생산관리3부의 8년차 사원 자영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회사가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현장을 목격한 후 '오지랖'을 부리기 시작한다. 대기업 내 고졸 여직원에 대한 겹겹의 차별에다 환경 파괴와 글로벌 기업 사냥꾼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과도 겹친다.

"온전히 현실적인 톤으로 가려고 하진 않았어요. 조금의 판타지가 그 안에 있고요.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고민 끝에 실천하는 내용이랄까요." 극중 대사처럼 "타이니, 타이니(tiny, tiny)"한 사람들이 불의를 만나게 됐을 때, 그걸 해결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작은 사람 같고, 그렇지만 가만 있을 순 없다는 자영 같은 사람들이 뭉치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영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대기업에서 일하는 상고 출신 여직원으로 겹겹의 차별을 받는 고아성(왼쪽부터), 이솜, 박혜수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그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칫 붕뜰 수 있는 이야기를 현실에 발붙이게 한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다. 회사의 비밀을 자영과 함께 파헤치는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간의 우정과 연대, 성장이 영화의 큰 축이다. 이들 배우는 실제로도 또래 나이어서 지방 촬영 때 한 방에서 먹고 자며 우정을 돈독하게 쌓았단다. 그 우정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이어졌다.

"솜 언니는 애드리브나 대사를 만들어올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열정을 많이 많이 배웠고요. 혜수는 '스윙키즈(2018)' 때 너무 연기를 잘해서 배워야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됐어요." 편안한 현장 분위기 덕인지 고아성은 이 작품을 거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단다. 개인적으론 가장 큰 변화다.

4세 때부터 아역으로 활동을 시작한 고아성은 "주체적인 역할이 아니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단 있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3,4년 전에 비해 이제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고 불평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역할은 거기다 '웰메이드'를 얹는 게 아닐까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벽은 배경이 1995년이라는 점. 고아성은 1992년생이다. 그래서 부장 역으로 출연한 69년생 배우 김원해의 도움을 받았다. "일하는 사람은 오른손으로 받아적어야 하기 때문에 전화는 왼손으로 받는다든지, 대사 중 '사이드미러'를 '백미라'로 바꾼다든지, 그런 것들을 김원해 선배님께 얻었어요"

고아성은 커리어우먼이 꿈인 대기업 입사 8년차 사원을 연기한다. 그는 ":오피스물을 할 때마다 사원증 소품을 꼭 받아오는 게 버릇이다. 이 작품으로 4번째 사원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름 철저히 고증한 1990년대 중반 풍경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고아성은 의외의 경험도 했다. "1995년은 제 기억에 없는 줄 알았거든요. 촬영에 앞서 옛날 화장과 옷을 해봤는데, 그 때 회사 다니던 이모 같은, 제가 숱하게 본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이거 진짜 잘해야겠다, 마음을 다잡은 계기였어요."

지난해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 이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고 싶단 개인적 바람"에서였다. 영화 자체도 무거운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힘든 시기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점에 저도 많이 위로를 얻었어요.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다르겠지만, 조금은 아름답게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권영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