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 확진 '해뜨락요양병원'… 사망자 1명 사후 확진도
간호조무사 8일 고열 증세... "한글날 연휴로 검사 지체"
14일 직원과 환자 등 50여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시설 전체가 코호트 격리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은 이날 오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밖에서 인터폰으로 관리자를 호출, 신원이 확인돼야 출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병원 외부에는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119 구급차량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확진 환자들이 음압병상이 있는 부산대병원과 부산시립의료원으로 분산 이동될 예정이어서 병원 내부에선 환자 이송을 위한 준비가 한창인 것을 전해졌다.
병원이 위치한 북구 만덕동은 지난달 목욕탕과 식당은 물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까지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洞) 단위 방역 강화 조치가 이뤄진 곳이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지난 1일 만덕동 소공원 18곳을 모두 폐쇄하고, 지역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에 대해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는 집합 제한 명령을 내렸다.
요양병원 측도 보호자 등의 면회 금지, 근무자 외 주출입문 사용금지 등 철통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코로나19에 뚫렸다. 이 동네 주민 이모(54)씨는 “주변에 요양시설이 많아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큰 일이 터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13년 12월 문을 연 이 요양병원은 38개 병실에 179병상의 중급 규모로, 의료법인 청송의료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의사 수는 이달 기준 5명이며, 확진자가 나오기 전 165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다. 직원은 99명이다.
집단감염 사태는 지난 8일 이 병원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간호조무사(485번 확진자)로부터 시작됐다. 퇴근 때 몸이 좋지 않아 스스로 체온을 측정했고, 고열(38도)이 나오자 선별진료소 검사를 거쳐 13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한글날 연휴 등의 이유로 즉각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조무사 확진 판정으로 보건당국이 환자와 직원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날 오전 직원 10명, 환자 42명의 확진을 확인했다. 환자 중에는 12일 사망한 여성 1명이 포함됐다. 12일 오후 9시쯤 사망한 이 환자는 당국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이날 사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의 가족과 장례도우미 등 접촉자들은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편 부산시는 15일 자정 기한으로 발령한 북구 만덕동 일원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에 대한 집합제한명령을 이날 2주간 연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돼 운영중인 시역 내 고위험시설 전체에 대해서도 인력을 총동원,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련기관 및 구ㆍ군 등과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면서 “인근지역 주민 여러분들께서도 가급적 외출과 외식 등 외부활동을 자제해주시고, 시와 구ㆍ군의 방역조치에 적극 협력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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