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감사 결론을 감사원이 자꾸 미루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감사원 감사위는 7, 8, 12, 13일에 걸쳐 감사보고서를 들여다 봤지만, 의결은 하지 않았다.
"정리 작업만 남았다", "거의 다 왔다"는 말이 흘러나오는데도 마침표를 찍지 않자,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감사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의 국정감사(15일) 이후 결론을 내고 발표하겠다고 한다. "이르면 16일"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뒷말'은 문재인 정부 '시그니처'인 탈원전 정책과 직결된 이번 감사에 대한 여권의 압박이 워낙 거셌던 것과 연관이 있다.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날짜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거친 의심이다.
과묵한 최재형 감사원장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감사 결과 발표가 미뤄진 것은 최 원장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는 얘기도 오르내린다. 최 원장은 국감에서 "감사 중인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으로 난타당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법정 시한을 8개월이나 넘긴 '고강도 감사'에도 결과가 흡족하지 않자 감사원이 감사를 지연시킨다는 음모론까지 정치권에선 오르내린다. 최 원장을 보수 진영의 잠룡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있다.
감사원이 고의로 감사 발표를 늦춘다는 여러 버전의 의혹을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늑장 발표는 결과적으로 이래저래 논란을 키웠다.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너무 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면서,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을 흔들려는 세력에게 '명분'을 주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들여다 보는 이번 감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 받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더 아쉽다. '잡음'이 쌓이면 감사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감사원의 입지 축소는 결국 정부의 나태로 이어진다.
최 원장의 말이 부디 진심이길 바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원 기본 책무의 충실한 수행에 추호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누가 다시 감사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공정한 감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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