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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표정을 잡아라... 차 사진 전문 사진가

입력
2020.10.17 1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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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팀 로드' 민성필 실장과 직원이 장비를 펼치고 포즈를 취했다. 홍인기 기자

자동차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팀 로드' 민성필 실장과 직원이 장비를 펼치고 포즈를 취했다. 홍인기 기자


사진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어느 것 하나 쉬운 피사체는 없다. 하물며, '한 덩치' 하는 데다 움직임마저 재빠른 자동차는 웬만큼 숙달된 사진가가 아니면 제대로 찍어내기가 쉽지 않다. 세상에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제품이 무수하고, 이를 카메라로 담아내는 광고사진가 또한 많지만, 유독 자동차를 찍는 사진가만은 잘 눈에 띄지 않는 이유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피사체로써는 한없이 까칠한, 자동차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의 세계를 펼쳐 보았다.

교외의 한적한 길목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지난 달 25일 경기 광주의 자동차 전문 스튜디오 '팀 로드'를 찾았다. 화이트 톤의 돔형 스튜디오는 SF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릴 만큼 비현실적인 분위기였다. 자동차 표면에 반사되는 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벽면의 경계마저 지웠고, 조명의 깊이에 따라 3차원적인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는 진보적인 설계가 돋보였다.

스튜디오 마당에서 차량을 비롯한 촬영 장비를 펼치고 포즈를 취한 팀 로드의 민성필 실장은 올해로 15년째 자동차를 찍고 있다. 도대체 '모델'로써 자동차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피사체의 크기와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성질에 따라 고려할 일이 많아지는, 그래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것이 매력의 핵심이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 자동차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동차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다.

자동차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팀 로드' 스튜디오 앞에서 관련 장비를 펼쳤다. 왕나경 인턴기자

자동차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팀 로드' 스튜디오 앞에서 관련 장비를 펼쳤다. 왕나경 인턴기자


2018년에 찍은 벤츠AMG GT S와 쉐보레 카마로 SS.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2018년에 찍은 벤츠AMG GT S와 쉐보레 카마로 SS.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2020년 sm6.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2020년 sm6.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광고사진과 자동차사진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두 영역의 가장 큰 차이는 ‘액티브’ 즉 활동성이다. 자동차의 속성이 빠르게 달리는 제품이다 보니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빠른' 컨셉트를 살려서 촬영을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도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민 실장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동차 촬영은 오히려 "다이내믹한 현장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더 좋다"고 했다.

자동차를 촬영하는 방법은 크게 '카투카(Car to Car)'와 '릭샷(Rick shot)'으로 나뉜다. 카투카는 슈팅카(촬영용 차량)를 타고 이동하면서 히어로카(제품 차량)를 찍는 방식이고, 릭샷은 히어로카에 카메라를 고정해 흔들림을 최소화 한 촬영 방식이다. 그와 더불어 카메라의 저속 셔터를 이용해 다이나믹한 장면을 담아내는 '패닝 샷(Panning shot)'도 자주 쓰인다.

2020년 벨로스터 N.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2020년 벨로스터 N.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최소 자동차 두 대가 같은 속도로 운행하며 촬영하는 '카투카' 방식은 특히 위험하다. 몇년 전 슈팅카 트렁크에 탄 채로 뒤 따라 오는 히어로카를 촬영하던 중 차가 덜컹거리는 순간 트렁크 덮개가 갑자기 민 실장의 머리를 때린 적도 있다. 안전장치 덕분에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다 깨어난 사진가는 한동안 아찔했다.

민 실장은 또 다른 에피소드도 전해 주었다. 얼마 전 인천 영종도에서 조수간만의 차를 생각하지 못하고 촬영을 하다 사고를 낼 뻔했다. 촬영을 끝냈는데 바퀴가 모래 속에서 헛돌고, 바닷물은 계속 차오르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민 실장은 "결국 일반 견인 비용의 5배나 더 치르고서야 트랙터를 동원해 차를 빼냈는데, 몸도 마음도 큰 고생을 했다"며 웃었다.

사람을 볼 때 먼저 눈을 맞추는 것처럼, 사진가는 자동차와 눈을 맞춘다. 촬영을 앞두고 거치는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헤드라이트에 눈높이를 맞추고 거리 조정을 하며 차량을 한참 관찰하다 보면 그 차의 얼굴이 보이고 표정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민 실장은 "혹시 차에도 고유의 얼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라며, "차를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사람처럼 마주하다 보면 그날 촬영을 어떻게 할지, 어떤 모습을 부각해야 할 지 윤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2019년 볼보 S60.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2019년 볼보 S60. 팀 로드 민성필 실장 제공


자동차의 표정을 담아내는 사진가는 아예 인물 촬영에 쓰는 조명을 자동차에 그대로 적용했다. 광고 또는 자동차사진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이 살아남는 데는 다 비결이 있다.

자동차만 전문으로 사진 촬영하는 '팀 로드' 스튜디오 앞에서 관련 장비를 펼쳤다. 왕나경 인턴기자

자동차만 전문으로 사진 촬영하는 '팀 로드' 스튜디오 앞에서 관련 장비를 펼쳤다. 왕나경 인턴기자


서재훈 기자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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