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화 병무청장... 육사 36기 출신 예비역 장성
“유승준이란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미국사람 스티브 유(Steve Yoo)다.”
13일 열린 병무청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모종화(63) 병무청장이었다. 으레 정치인들의 호통에 주눅 들긴 일쑤인 피감기관장의 틀을 깨고 속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눈길을 끈 것이다. 그는 ‘중대 범죄도 아닌데 유씨의 입국길을 18년째 막는 건 과도하다’는 일각의 동정론을 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성하게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 상실감이 얼마나 크겠느냐”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 청장의 ‘단호박’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프지만 엄마를 위해 입대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입영 논란에 대해서도 “서 일병은 현역판정을 받은 병사였다. 아픈 것을 속이고 입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칼에 정리했다. 모 청장의 소신 발언에 평소 추 장관을 두둔했던 여당 의원들도 토를 달지 못했다.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이슈도 마찬가지였다. “제 기조는 대체복무는 더 확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대중문화예술 우수자의 입영 연기 법안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중심을 잡았다.
모 청장의 ‘활약’ 덕분에 이날 국감은 5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불필요한 고성과 ‘물고 늘어지기’ 식 질의가 없던 탓이다. 그렇다고 맹탕 국감도 아니었다. 모병제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도 오갔다. “역시 모종화다”(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찬사가 나올 정도였다. 평소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중재하며 진땀을 뺐던 민홍철 국방위원장도 “청장님 오늘 답변이 아주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다. 최근 ‘추방부’로 전락할 정도로 신뢰가 바닥이었던 군 당국의 ‘체면’을 모 청장이 만회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병무청장에 발탁된 모 청장은 2015년 중장으로 전역한 육군 예비역 장성이다. 육군사관학교 36기인 그는 현역 시절 육군본부 인사사령관과 합동군사대 초대 총장 등을 역임하며 군의 인사ㆍ교육 전문가로 꼽혔다. 소령 시절인 1989년에는 영관 장교의 직무교육을 담당하는 육군대학(현 합동군사대)을 수석으로 졸업해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 청장을 포함한 육사 36기들은 현역 시절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동기인 ‘육사 37기’ 후배들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성 시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뒤늦게 열렸다. 동기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모 청장까지 요직에 발탁됐다. 이들은 지난 7월까지도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 후임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모 청장이 현역 시절, 완벽주의를 추구한 탓에 부하들 업무 강도가 셌다"며 "장관 후보군에 오를 당시 긴장한 이들이 꽤 있다”고 후문을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