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개관 35주년 기념공연 '35년의 울림' 프레스콜 무대.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수많은 무대가 멈춰 섰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한국 소극장의 산 역사’ 산울림 소극장이 올해 개관 35주년을 맞았다. 극장은 서울 서교동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전체 80석에 불과한 소박한 무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무대에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셜리 발렌타인’ 같은 걸작들이 올랐고, 박정자, 손숙, 전무송, 정동환 등 명배우들이 머물렀다.
35주년을 맞은 산울림은 14일 ‘건물의 시간’이라는 이름의 기념 공연과 전시를 시작했다. 1985년 3월 개관이었으니 기념 공연도 지난 봄에 했어야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연기됐다.
기념 공연 ‘35년의 울림’은 산울림을 빛낸 대표작들의 명장면과 명대사로 꾸민 연극이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이방인’ 같은 고전부터 여성극 ‘그 여자’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창작극 ‘카페 신파’ ‘챙’까지 주제별로 7편이 추출 대상이다. 해당 작품의 대사나 연출을 그저 가져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각 작품의 대사와 연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70분짜리 극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70분으로 요약한 산울림의 역사다. 배우 안석환이 내래이션을 맡고 배우 박윤석, 임정은, 왕보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상우가 출연한다.
공연 자료로 꾸민 전시도 흥미롭다. 오래된 공연 포스터와 공연 사진, 보도자료, 손때 묻은 대본과 희곡집을 자유롭게 들춰볼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검열’ 도장이 찍힌 1969년판 ‘고도를 기다리며’ 대본 등 희귀 자료도 있다. 과거 공연 장면을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회도 평일 오후 2시, 4시, 5시 세 차례 열린다.
2013년 시작된 산울림의 기획 공연 ‘고전극장’ 시리즈는 올해로 40편째 작품을 선보였다. 12월에는 예술가의 편지를 주제로 낭독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편지 콘서트’ 드보르작 편을 무대에 올린다.
임수진 극장장은 “일상조차 버거운 팬데믹 시대에 소극장이란 공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며 “극장에서만 가능한 정서적 교감을 다시 한번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과 전시는 11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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