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롁시예비치 같은 논픽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일은, 현재 한국 문학장에서는 불가능해요. 한국은 논픽션을 에세이 정도로만 분류하니까요.” 논픽션을 본격적인 ‘문학’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새 문학잡지 ‘에픽’이 나온 이유다.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픽 창간 간담회에서 초대 편집위원을 맡은 임현 작가는 “소설이 중심인 기존 한국 문학잡지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포괄적인 ‘서사’의 개념으로 논픽션과 픽션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픽은 출판사 다산북스가 새로 내놓는 계간 문학잡지다. 픽션ㆍ논픽션, 소설ㆍ에세이, 순수문학ㆍ장르문학처럼 문학계 내 구분을 모두 뛰어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초대 편집위원은 임현 정지향 문지혁 작가, 문학전문서점 고요서사의 차경희 대표가 맡았다.
창간호는 선언에 충실하다. 제호부터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라는, 18세기 프랑스 소설가 드니 디드로의 소설 제목을 내걸었다. 논픽션 중심의 파트1, 논픽션과 픽션을 결합한 파트2, 신작 단편을 소개하는 파트3으로 구성됐다.
특히 파트3은 전통적 문학 작품과는 무관한 인터뷰, 르포르타주, 구술 작업 등으로 구성된다. 창간호에선 정지향 작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유족 모임을 만나 글을 쓰고, 김민섭 작가는 대필 작가 이야기를, 이길보라 작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임현 작가는 “저널리즘적인 논픽션이 아니라,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을 주축으로 삼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이라 하는데 이걸 에픽을 통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잡지 이름 ‘에픽(Epiic)’은 서사시, 서사문학을 의미하는 ‘EPIC’에다 알파벳 I를 하나 더해 만들었다.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2호는 내년 1월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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