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생선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8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장에는 성인 허벅지 크기만한 물고기가 등장했다. 파닥파닥 뛰는 활어는 아니었지만, 어항에서 갓 꺼낸 듯 불그스름한 몸통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다. 물고기의 갑작스런 등장에 이개호 농해수위 위원장은 당황한듯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뭘 받치고 하시죠"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 등장한 물고기는 윤재갑 민주당 의원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접 공수해 온 중국산 '큰민어'였다. 윤 의원은 "민어가 아닌데도 횟집에서 민어라고 속여서 팔리고 있다"며 학명, 육질, 가격이 국산과 다른 중국산 '큰민어'가 '양식 민어'로 둔갑돼 유통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빠른 시간 내로 품종명 개정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돌아오는 의원들의 '퍼포먼스'가 올해에도 국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번 국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증인과 참고인 규모가 줄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여론의 조명을 받고 싶은 의원들의 본색만은 막지 못 하는 분위기다.
의원들이 소품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즐겨하는 건 파워포인트(PPT)나 동영상 등 자료 만으로는 전하기 어려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한 민주당 소속 보좌관은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영상만으로는 냄새나 무게 같은 현장감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국정감사에 직접 물건을 들고나오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물'까지 동원한 질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장에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판스프링을 들고 왔다. 문 의원은 목장갑을 끼고 판스프링을 들어올리며 불법으로 차량에 장착한 판스프링이 떨어져 인명사고까지 발생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튜닝으로 보지않고 경미한 사항으로 봤으나,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감장의 소품 퍼포먼스가 정책 질의의 효과를 높여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이목을 끌기위한 목적으로만 이용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였던 지난 2018년 국감에서는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푸마 사살 사건을 지적하기 위해 당시 국감장에 푸마와 비슷한 아기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동물학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