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벨트' 농가에 역대 최대 보조금 53조 지원
"농업구조 개선 없이 보조금에만 치중" 우려
푸에르토리코에는 '3년 전' 태풍 피해 지원도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표밭으로 여기는 농가에 막대한 연방정부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이중고로 휘청이는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을 확실히 붙잡아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연방정부가 올해 농가에 지급한 돈이 460억달러(약 53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9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농가 대상 코로나19 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13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새로운 농업 지원책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농가 수입의 약 40%를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게 됐다. 미주리대 식량농업정책연구소는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면 농가 수입은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농업지역에서 62%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농촌지역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박빙 승부의 경합주(州)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최대 경합지 중 하나로 꼽혔던 위스콘신주의 경우 22개 카운티가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는데 이 중 18개 카운티가 농촌지역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이후 농가의 표심이 빠르게 이탈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경제적 타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식당과 학교, 호텔 등이 문을 닫으면서 판로가 막힌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 지원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정치권 내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농업 구조 개선은 외면한 채 보조금 지원에 치중하는 데 대해선 정치적 의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패트릭 웨스트호프 미주리대 식량농업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는 경제적 동기와 정치적 동기가 모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환경 시민단체 EWG의 켄 쿡 대표는 "대통령이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해 가며 수백억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라며 "재선에 필수적인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권위주의적 통치력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의식 행보가 농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그간 홀대하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 3년 전 허리케인 상륙에 따른 피해 복구 등의 목적으로 130억달러 지원을 전격 승인하기도 했다. 당시 재난 복구 지원에 반대했던 그는 "푸에르토리코에 그동안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 있다면 나"라고 자화자찬했다. 현지 주민들에겐 투표권이 없지만 미국 본토 내 이주민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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