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 역사 확실히 사죄해야"
23일 일본인 주도 첫 위령제
일본의 시민단체가 오는 23일 임진왜란 당시 전리품으로 가져온 조선인의 귀와 코가 묻혀 있는 교토의 미미즈카(귀무덤)에서 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한다. 사단법인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 한국 단체가 2007년부터 매년 위령제를 열고 있지만, 일본인이 주도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ㆍ73) 전 주(駐)레바논 일본대사는 12일 도쿄의 한 식당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위령제 개최 계획과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교토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지난해에야 귀무덤의 존재를 알았다"면서 "귀무덤에 대한 역사를 듣고 일본인들이 솔선해서 할 일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지난해 12월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교토에서 세계로 평화를 전파하는 모임(교토평화모임)'이라는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사무국장으로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귀무덤은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명령으로 왜군이 조선인의 귀와 코를 전리품으로 베어와 묻어놓은 장소다. 교토와 오카야마, 후쿠오카 등 5곳에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교토 귀무덤에는 조선인 12만6,000여명의 귀와 코가 묻혀 있다. 400여년 전 침략으로 남겨진 역사적 장소에서 위령제를 열어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일본과 한국, 북한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를 염원하겠다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다. 그는 귀무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특히 "임진왜란 당시의 침략의 역사를 확실히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의 조선 출병이 이후 메이지 시대의 조선 병합, 쇼와 시대의 아시아 침략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식민지 역사에 대한 사죄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귀무덤을 둘러싼 한일 간 역사는 현재 역사문제로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고려해 주최 측이 교토시와 재일대한민국민단, 조선총련 등에 대표자 참석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소규모로 치를 계획이다. 아마키 전 대사는 "교토시와 조선총련에 초청장을 보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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