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OEM' 창신아이엔씨, 회장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줬다 덜미

창신INC의 부당지원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운동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기업인 창신INC가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고발을 당하게 됐다. 창신INC는 나이키 운동화를 OEM 생산 하면서 국내 운동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흥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생산법인을 동원한 창신INC를 고발하고, 창신INC, 서흥 등 5개 회사에 과징금 385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인 서흥은 회장 자녀(정동흔, 정효진)가 총 94.4%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신발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구매대행 방식으로 해외 계열사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 통상 국내 OEM 업체들은 그룹 본사가 직접 자재 구매대행 업무를 하고 있어 창신INC가 별도의 계열사를 만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서흥은 2011년 6월부터 창신INC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2012년말 기준 현금이 21억원밖에 남지 않는 등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창신INC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 계열사 세 곳(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을 동원했다.

창신INC는 2013년 5월 해외법인에 기존 지급하던 수수료(3.6~5.0%)에 7.2%포인트의 추가 수수료를 얹어서 지급할 것을 지시했고, 이들은 2013년 6월부터 3년간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이 기간 세 법인이 서흥에 지급한 구매대행 수수료는 4,588만달러(약 534억원)로, 정상가격(1,960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공정위가 산정한 부당 지원 금액(2,628만달러ㆍ305억원)은 같은 기간 서흥이 올린 영업이익의 44%에 달한다.

서흥은 이렇게 보강한 자금을 활용해 창신INC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지분 46.18%를 보유한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창신INC와 서흥은 2018년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는데, 합병이 성사됐다면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정환일 회장에서 아들인 정동흔씨로 바뀔 상황이었다.

공정위가 중견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제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이번 사례는 그룹 본사가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의 회사를 부당 지원하고, 해외 계열사에도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부당지원 결과 신발 자재 구매대행 시장에서 서흥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봉쇄했다”며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