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밤을 샜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회 앞 사우나 가기도 눈치 보여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습니다. 다들 마스크를 착용해서 제 머리냄새가 덜 날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의원님 질의를 보고 퇴근했습니다.”(4년차 국회의원 비서A씨)
국회의원에게는 ‘의정활동의 꽃’, 보좌진에게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국감을 두고 다른 때보다 더 열악해진 환경에 보좌진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기간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국회 내의 샤워실과 휴게실, 수면실이 폐쇄돼 씻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8월 30일부터 본청과 의원회관에 있는 샤워실과 휴게실, 수면실을 폐쇄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국회 특성 때문에 2.5단계 수준의 강도높은 방역 조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13일 “보좌진들이 회관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는 그에 맞게 시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국감이 끝나는 26일까지 현행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도입된 ‘화상 국감’도 보좌진에게 일거리가 늘어난 사례다. 화상 국감을 진행하는 외교통일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등에서 화상 연결 상태를 챙기는 것도 보좌진 몫이다. 한 외통위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혹여나 의원님 질의 시간에 화상 연결이 끊어지지 않게, 질의 직전에도 상태를 점검해야 해 신경 쓸 일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까지 통산 수요일은 국정감사 휴무일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기획재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의 국감이 수요일에 열리면서 해당 상임위 보좌진들은 더 고충이다. 복지위 의원실 소속의 한 보좌관은 “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까지 연달아 국감이 있어 질의준비하기 벅찬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감기관에 요청한 자료 중 일부는 국감 전날 밤에 제출되는 경우도 있어, 보좌진들이 늦게까지 이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은 국정감사 첫날 바뀐 평가 기준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분위기다. 20대 국회까지 민주당은 국감 성과 기준을 주로 언론보도로 평가했는데 올해부터는 △국감 질의서 △보도자료 △정책자료집 △온라인 정책활동 △카드 뉴스 등으로 평가 항목이 바뀌었다. 단순 보도 건수로만 하던 정량평가에서 종합평가로 바꾼 것이다. 이제 카드뉴스까지 보좌진들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실 비서관은 이날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당 제출용 카드뉴스를 새로 만들고 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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