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일찍 일어나는 새'를 자처했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준비위원회를 일찌감치 띄운 것. 야당의 화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국정감사 기간에 '선거 모드'로 전격 전환한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특유의 허를 찌르는 행보다.
순탄한 출발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낙점한 경선준비위원장(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인선을 당내 반발로 번복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체제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김 위원장이 12일 '이런 식으로는 비대위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취지로 격노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리더십에 상처를 냈다.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전날 발언에 대해 "4ㆍ15 총선 이후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지,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경선준비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뭘 해도 안 오르는 지지율
김종인 체제가 흔들리는 건 내년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승리의 관건인 '지지율'과 '인물' 모두 성과가 시들하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1.2%였다. 이달 지난 5~8일 실시한 조사에선 28.9%를 기록했다. 10월 초 추석 연휴라는 민심의 분기점을 지나고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 열기는 연말부터 당장 달아오를 것이다. 그러나 두 지역 지지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8월 2주차 리얼미터 조사에서 서울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9.8%와 48.5%였다. 9월 이후엔 내림세로 바뀌었다. 서울에선 9월 1주차에 36.6%, 이달 1주차엔 29.3%로 내려 앉았다. PK 지지율도 같은 기간 37.7%에서 35.6%로 떨어졌다. 보궐선거 '표밭' 자체가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인물난' 속 김종인 선택은 '빨리 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뜨지 않는 건 당의 미래를 압축하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장 이후 국민의힘은 인물 진공 상태에 가깝다. 서울ㆍ부산시장 후보군 역시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자면 '외화내빈'이다.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명단은 길지만, '김종인표 혁신'을 압축해 보여 줄 만한 인물은 별로 없다.
김 위원장이 새 인물을 어렵게 발굴하거나, 기성 인물을 공들여 띄워야 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후자에 마음을 두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준비위를 조기에 띄운 건 다양한 인물을 모두 불러들여 판을 깔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당이 북적북적해지면 지지율이 자연스레 오르고 김 위원장의 당 장악력도 단단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