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좀비물과 찰떡궁합… 베토벤 '월광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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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좀비물과 찰떡궁합… 베토벤 '월광소나타'

입력
2020.10.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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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KBS 드라마 '좀비탐정'의 주인공 김무영(최진혁)이 좀비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 때 화면에 흐르는 음악이 바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다. 방송화면 캡처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황량한 쓰레기 처리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 불쑥 사람 형체가 일어선다. 그런데 보는 사람보다 일어선 사람이 더 혼란스러워한다. 얼떨떨한 가슴 진정시켜보려 담배를 꺼내 피워 보지만 담배 연기는 구멍이 뻥 뚫린 몸통에서 흘러나온다. 영문도 모른 채 좀비가 된 주인공 김무영(최진혁)의 등장이다. 지난달 21일 KBS 드라마 '좀비탐정' 첫 회의 장면이다.

혼란스러운 김무영의 심리를 대변하는 건 음악이다. 전자기타로 연주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1악장이, 보름달이 뜬 한밤에는 피아노 선율로 변한다. 산속을 헤매던 김무영이 정신을 잃고 토끼를 잡아먹었을 때도 같은 선율이 휘몰아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은 소나타지만 환상곡 같은 낭만이 가득하다. 베토벤이 1801년 발표 당시 붙인 원래 부제도 '환상곡풍 소나타'였다. 1801년 발표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곡으로 '비창(8번)' '열정(23)'과 함께 베토벤 3대 소나타로 꼽힌다.

이 소나타가 '월광'이라 불리게 된 건 저명한 음악평론가 루드비히 렐슈타프 때문이다. '아주 여리게(pp)'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1악장을 두고 베토벤 사후 렐슈타프가 "몽롱한 분위기가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로 비치는 달빛 같다"고 평가한 게 그대로 굳었다. 이 1악장을 두고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시"라 평한 것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월광소나타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한국 영화 '폰(2002)' 등 공포영화와 궁합이 잘 맞는다. C#단조가 주는 구슬픈 느낌은 비애감과도 잘 어울린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선 장만월(이지은)이 마침내 복수에 성공했으나 곧 허망함에 젖어드는 장면에 쓰이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건 1악장이지만, 3악장의 지명도도 그에 못지않다. 하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폭발하는 듯한 감정을 보여주는 3악장은 빠른 기교와 격렬한 표현을 요구한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2018)'에서 자폐증이 있는 오진태(박정민)가 거리의 피아노를 신들린 듯 연주하는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뜯어볼수록 '월광'이란 이름은 잘 지은 제목이다. 달이 가진 이미지 자체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상반되니 말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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