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한계 상황?
“기금 지원 대상 아닌 항공사 연쇄파산 우려”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15일 이전에 신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항공사들이 기간산업안정기금만 바라보고 있다. 운항수요 급감으로 매달 투입되는 고정비조차 해결할 방법이 없어, 2조4,000억원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처럼 기금으로 운영자금을 쓰겠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영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마저 요건 부족으로 신청할 수 없는 데다, 인건비로 충당했던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조차 이달부터 만료가 시작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15일 열리는 KDB산업은행 산하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 전에 기안기금 신청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기금 접수를 하면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2번째 신청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 1,006억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5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매월 300억원 이상 고정비가 투입돼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도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기안기금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3분기에는 화물운송 호조로 600억원 내외의 흑자를 낼 전망이지만, 화물 운임 급감으로 4분기 이후 실적하락이 불가피하단 점에서 기금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891억 원의 유상증자에 나선 에어부산 역시 기금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제주항공 신청결과와 시장영향 분석 등을 통해 신청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0조 원 규모로 기안기금을 조성해 항공과 해운업 등을 지원업종으로 정했지만, 높은 금리 부담 등으로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만 지원 받은 상태다.
문제는 나머지 항공사들은 기금 신청조차 막혀 있다는 점이다. 기안기금 신청 요건은 직원수 300명 이상, 차입금 5,000억 원 이상 등의 기업이어서, LCC 중에선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만 해당된다. 한 LCC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해외노선은 2주간 자가격리로 사실상 수요가 없고, 유상증자조차 업황 불황으로 쉽지 않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달부터 고정비라도 줄이겠다며 인력조정에 나선 항공사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끝나는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무급휴직 신청을, 다음 달 중순 지원금이 종료되는 에어부산은 최대 1년의 장기휴직 신청을 각각 받고 있다. 지원금을 못 받은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한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는 각각 이달부터 전 직원의 60%, 25%가량 무급휴직을 시행중이다.
업계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매각중인 이스타항공을 비롯,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이 매물로 나오고, 신생 LCC들은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황이 좋지 않아 매각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연쇄 파산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땜질식 처방이 아닌 더 심도 있는 유동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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