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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재현될까…BTS 흔적 지우는 한국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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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재현될까…BTS 흔적 지우는 한국 기업들

입력
2020.10.13 17:11
수정
2020.10.13 17: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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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휠라, 바디프랜드 BTS 中 마케팅 중단
코로나19로 판매부진 상황 속 '사드보복' 재현 우려
중국 매출 비중 높은 기업 경우 '전전긍긍' 할

13일 삼성전자의 중국 공식 온라인몰에서 BTS관련 제품 소개 페이지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삼성전자 온라인몰 캡처

13일 삼성전자의 중국 공식 온라인몰에서 BTS관련 제품 소개 페이지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삼성전자 온라인몰 캡처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을 홍보 모델로 기용한 국내 기업들이 BTS의 6ㆍ25전쟁 관련 발언 여파로 중국 현지 시장 공략의 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다. BTS 발언에 악의적인 해석이 더해지면서 중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현지 마케팅 등을 중단하면서 향후 전개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휠라, 바디프랜드 등 기업들은 중국 내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매장에서 BTS 관련 홍보물을 철수시켰다. 지난 7일 한ㆍ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에게 주어지는 '밴 플리트상' 온라인 시상식에 수상자로 나온 BTS의 리더 RM의 발언 여파 때문이다. 당시 RM은 "올해 행사는 한국 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을 무시했다"며 BTS를 모델로 앞세운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나섰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에 진출 기업들은 과거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게) 보복' 기억까지 떠올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웨이 빈자리 노리는 삼성…"물량 적어 영향 크지 않을수도"

중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엿봤던 삼성전자로선 BTS의 이번 사태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애국 소비'에 무너졌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자존심을 세울 타이밍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년째 0%대로 고전 중인 삼성전자는 미국 제재로 추락한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렸던 게 사실이다. 특히 600달러 이상의 중국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양분해왔던 화웨이의 제품 진열대에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Z폴드2' 등으로 밀어넣겠다는 계산에서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전망치는 약 1억2,80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번 돌발변수로 삼성전자의 이런 구상에도 차질이 생긴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Z폴드2', '갤럭시노트20'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Z폴드2', '갤럭시노트20'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현재 200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악재가 전체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의 판매 추정치는 약 2억7,000만대 수준으로, 중국 내 비중은 전체의 0.7%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중국 물량을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현지업체가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 보복 직격탄 맞은 현대차 '초긴장'

BTS와 글로벌 수소 캠페인을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12일 오전 현지 홈페이지와 웨이보에서 BTS 관련 영상과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 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 현지 판매가 급감한 기억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현지 판매량이 113만대 달하는 현대차의 최대 시장이었다. 하지만 사드 보복 사태가 발생했던 2017년 현지 판매는 전년 대비 27.9% 감소한 81만7,000여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여파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일단 이번 사태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현대차 관계자는 "BTS는 글로벌 수소 캠페인 파트너지만, 중국에서 BTS를 이용한 별도의 광고나 홍보를 한 적은 없다"며 "해당 조치는 중국 현지 법인에서 별도로 진행한 것으로, 한국 본사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소비자 반응 민감한 유통업계도 긴장, 불매운동 여지 사전차단

BTS를 글로벌 모델로 낙점한 휠라 또한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웨이보 계정 내 BTS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는 빠른 대응에 나선 것 역시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휠라의 경우 중국은 미국, 유럽과 더불어 핵심 시장인데다, 최근 중국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불매운동 등 타격을 미리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휠라의 중국 현지파트너 안타 스포츠 실적에서 휠라 매출은 82억위안(약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상승했고, 중국 휠라 오프라인 매장당 매출이 5,000만위안(약 85억원)으로 229%나 늘었다.

바디프랜드 역시 BTS 지우기에 들어갔다. 바디프랜드는 중국 상하이에서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에 설치돼 있던 BTS 등신대와 광고 포스터 등을 모두 철수시켰다. 아직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해 중국 사업 비중이 미비하지만 현지 정서를 고려한 조치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중국에서 TV 광고 등은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매장 내 광고물 설치 정도였는데, 중국 매장들에서 BTS 광고물은 모두 떼어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마케팅도 준비 중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류종은 기자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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