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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제외 신청서' 관행처럼 내미는 사장님들…유명무실해진 특고 산재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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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제외 신청서' 관행처럼 내미는 사장님들…유명무실해진 특고 산재보험

입력
2020.10.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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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숨진 택배기사 김원종씨 한 달 전 적용제외 신청
특고 79.7% 적용제외 신청해…사업주 강요 많아?
정부, 하반기 적용제외 사유 제한 법 개정 추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 김포에 위치한 택배 서브터미널을 방문해 추석 성수기 대비 인력 확충 현황 및 공동 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 김포에 위치한 택배 서브터미널을 방문해 추석 성수기 대비 인력 확충 현황 및 공동 선언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99% 보험사는 설계사와 계약할 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내밀어요."

보험설계사 정형진(가명ㆍ34)씨는 올해 초 보험사를 옮기면서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1년 사이 두 차례나 썼다. 그는 "보통 (보험사가) 위촉계약서, 준법서약서 등 20장이 넘는 계약 서류에 적용제외 신청서를 끼워 서명을 하라고 한다"며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동의했지만, 알고 난 후에도 '신입사원' 처지에 서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배송 업무 도중 숨진 택배기사 고 김원종(48)씨가 숨지기 한 달 전쯤, 대리점주 요구로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산재 적용제외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특고 가입자의 의사가 아닌, 사업주의 강요에 의해 산재 적용제외를 신청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숨진 김씨가 몸담았던 대리점에서 근무한 택배기사 12명 중 9명의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가 지난달 15일 같은 시각에 동시 접수됐다. 숨진 김씨의 신청서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대리점 사장이 서명하라며 신청서를 일괄적으로 뿌린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라며 "심지어 여기에 서명했던 고인의 동료 한 분은 '나는 산재 가입 신청서인줄 알고 사인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제출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곳 중 하나가 보험업계다. 지난 4월 기준 보험설계사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1.72%에 그친다.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일부는 보험설계사가 산재 위험이 낮아서 가입을 안 한다고 하는데, 그 게 아니라 보험설계사 대부분이 계약할 때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가 뭔지도 모르고 사인하는 경우가 많아서"라며 "오히려 보험설계사 대부분이 자기 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설문조사를 하면 60~70%는 가입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양식. 자필 서명란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제공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양식. 자필 서명란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제공

대다수 사업주는 그러나 일차적으로 보험료 부담, 나아가 특고 종사자의 단결권 강화를 우려해 이들이 사회보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데 부정적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관계성립신고서를 제출한, 즉 입직된 특고 종사자 53만2,797명 중 79.7%인 42만4,765명이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김씨가 일했던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입직자 4,910명 중 64.1%에 해당하는 3,149명이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에 서명(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했다. 택배업계 평균인 58.9%를 웃도는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올해 안에 특고 종사자의 산재 적용제외 사유를 질병, 육아 등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지난 6일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위험성이 높은 분들만 들어와 기금 운용상 문제가 있고, 본인의 의사와 반해 적용제외 되는 부분도 꽤 있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특고 9개 직종(올해부터 산재 가입을 허용한 5개 직종 제외)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83%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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