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에 96% 찬성, 군복무 87% 반대
'징집제 66% 지지' 전체 여론과 대조
反中감정 격앙, '탈중국화' 교육 명암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 10대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유사시 전쟁터에 나가 싸우겠다고 호기를 부리면서도, 정작 군입대에 대해선 거부감이 뚜렷하다. '반중' 가치관과 '징병'이라는 현실 간 괴리가 대만의 미래세대를 짓누르고 있다.
10대 "유사시 참전" 96% vs "입대 반대" 87%
대만 매체 ET투데이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18세 이상 1,1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쟁이 발발하면 나 또는 가족이 참전하겠다'는 응답이 18~19세는 무려 96.3%에 달했다. 20대 응답자의 26.1%가 찬성한 것과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전체 평균(44.9%)에 비해서도 10대의 찬성 답변은 두 배 이상 많다.
하지만 '징병제 부활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18~19세 응답자는 12.5%만 찬성했을 뿐이다. '징병제 반대' 답변이 87.0%였다. 이와 달리 20대의 경우 징병제 찬성(57.8%)이 반대(30.7%)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대만인의 66.6%는 '징병제 재시행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유독 10대만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만에선 1951년 이후 18세 이상 남성은 2년 이상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했다. 이후 리덩후이(1년 10개월), 천수이볜(1년), 마잉주(4개월) 총통 시기를 거치며 기간이 계속 줄다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뒤 2018년 12월 의무복무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탈중국화' 교육의 명암… 전쟁은 먼 얘기
대만 10대들의 독특한 상황 인식은 '탈중국화' 교육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민진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강화한 내용이다. 이후 2016년 집권해 올 초 사상 최다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 열기를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대만 싱크탱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는 중국인'이라는 응답은 역대 최저인 2%에 그쳤다.
대만 10대들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조차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쟁의 참상은 모르지만 교육을 통해 중국의 압박에 대한 반감은 어느 세대보다 강렬하다. 동시에 군복무는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다. 포연 속에서 총은 들더라도 군부대에서 빗자루를 들지는 않겠다는 심리다. 미국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12일 "국가안보에 대한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양상"이라며 "전쟁의 참혹함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中 "힘 과시한 압박 통했다" 자화자찬
이처럼 복잡한 대만의 정서에 아랑곳없이 중국은 "힘을 과시한 총공세가 통했다"며 의기양양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전례 없는 압박으로 벼랑 끝에 놓인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기조를 바꿔 누그러졌다"고 주장했다. 차이 총통이 10일 국경절 연설에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당일 연설에서 "물러선다고 평화가 오지 않는다"면서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이 차이 총통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군용기는 올해 들어서만 50여차례나 대만과의 중간선을 침범하는 등 사상 최고 수준의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