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신 아세안 먼저 찾아 '내 편' 다지기
첫 방문 캄보디아에 FTAㆍ투자 확대 선물?
말레이시아, 라오스, 태국도 찾아 지지 요청
중국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을 향해 본격적인 외교전을 시작했다. 이달 중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틀어 아세안을 먼저 찾는 것만 봐도 최근 이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느껴진다. 중국 정부는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 동남아를 자기 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캄보디아 일간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에 도착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훈센 총리와 만나 양국 협력 방안과 국제 현안 등을 논의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급변하는 외교 정세 속에서도 양국의 전통적 우호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았다. 왕 국무위원은 한 동안 논의가 멈췄던 캄보디아-중국 자유무역협정(CCFTA)을 체결하고, 하수구 개발사업 등 인프라 투자도 늘릴 것을 약속했다. CCFTA가 발효되면 캄보디아는 중국에 고추, 육류 등 340여개 상품을 추가 수출할 수 있다. 8월 유럽연합(EU)이 캄보디아 내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 수출품에 부여하던 특혜관세를 폐지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극적 돌파구가 생긴 셈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중간 새로운 갈등 요소가 부각된 영향이 크다. 캄보디아는 지난달 레암 해군기지에 위치한 미 전략사령부 건물을 철거해 미국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캄보디아가 대표적인 친중 국가라 군 시설을 중국에 내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훈센 총리는 “기지 개발 과정일 뿐, 특정 국가에 혜택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의심은 여전하다. 캄보디아 아시아비전연구소는 “왕 국무위원의 방문은 레암 기지 문제는 물론 지난달 캄보디아 땅을 임대한 중국 유니온개발그룹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미국의 압력에 맞서는 도전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아세안에 적극적일수록, 중국 역시 더 많이 밀고 들어 오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행보는 말레이시아ㆍ라오스ㆍ태국으로 이어진다. 모두 한 때 중국의 우방이었으나 최근 메콩 유역 가뭄과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진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 역시 중국이 캄보디아처럼 많은 선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라오스는 중국 투자를 통한 댐 개발 사업을, 태국은 중국 관광객 입국 등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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