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던컨 맥두걸의 실험
아마도 영혼은 발견된 게 아니라 발명됐고, 창조된 게 아니라 창작됐을 것이다. 발명, 창작의 필연적 배경은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 곧 생명의 유한성일 것이다. 다이아몬드 광고에나 쓰여야 할 '영원'이란 단어가 영혼과 연분을 맺어온 게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은 주저 없이 영원과 영혼을 약속하곤 한다. 독일 철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비판이론의 대가답게, 인간 이성이 자연과 나,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게 되면서, 주체를 객관화하기 위해 영혼이란 걸 상정했으리라 짐작했다.
영혼이 뭔지 공인된 규정은 없다. 자연과학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문학에선 그렇다. 그래서 영혼에 대한 태도는 각자의 세계관(가치관)을 보여주는 그럴싸한 지표가 된다. 한 극단에는 영혼을 가설화하는 걸 불경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있고, 반대편에는 영혼을 들먹이는 것 자체를 딱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뭐가 옳건 영혼은 유효한 가치(혹은 효능)를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혼과 백처럼 쪼개지고 뭉쳐지기도 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어쩌면 '영원히' 살아남을지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빌의 내과의사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 1866~ 1920.10.15)이 1907년 영혼을 저울에 올렸다. 말기 노인환자 6명을 대상으로 나름 통제된 환경에서 당시로선 최고의 초정밀 저울로 숨지기 전후의 몸무게를 비교한 바, 유효하다고 판단한 한 시신의 무게가 약 21g 줄더라는 거였다. 호르크하이머식으로 말하자면 영혼을 객관화하려는 최초의 과학적 시도였다.
그는 그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과학적 반박도 빗발쳤고, 유사 실험으로 검증을 시도한 이도 있었다. 물론 오늘날 그의 가설을 진지하게 여기는 과학자는 없다. 미국의 한 의학자가 2005년 질량 대신 전자기파로 영혼을 포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몇몇 대학과 바티칸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일도 있었다. 그 해프닝들도 영혼을 살찌운 값진 생명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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