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빅3 지난해 광고ㆍ판촉비 340억
마케팅 출혈 경쟁에…가격 경쟁은 뒷전
치킨 물가 상승률, 햄버거ㆍ피자의 2~6배
"상품 및 서비스 중심의 본원적 경쟁 필요"
치킨은 '먹방'의 단골 소재다. 바삭한 식감과 매콤달콤한 맛을 전하는 치킨 먹방은 단연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치킨 먹방이 최근 '유튜브 뒷광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2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양팡'은 지난 4월 치킨 먹방 중 '간접광고가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내 돈 주고 '숙제(광고)' 소리 듣고 있는데 그냥 무시하고 먹을게요"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4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버 '보겸'도 광고 표시를 생략한 치킨 먹방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해야 했다. 이런 뒷광고 논란의 이면에는 먹방 영상 하나에 수천만원씩 지불해 온 치킨업계의 속 쓰린 마케팅이 있다.
치킨업계의 출혈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과거엔 아이돌이나 배우 등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하려는 경쟁으로 '치킨게임'을 벌였다면, 현재는 유튜브나 배달 응용소프트웨어(앱)로 전쟁터만 바뀌었을 뿐이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출혈 마케팅은 여전하단 얘기다. 최근 BBQ 횡령 논란이 앙숙인 BHC에서 관여한 허위 제보로 시작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가운데 치킨업계의 치킨게임은 결국 마케팅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치킨 소비자물가지수는 110.91(2015년=100 기준)로 2016년 3분기(100.40)보다 10.5% 올랐다. 같은 기간 피자(100.00→101.62)와 햄버거(100.23→104.77) 상승률 각각 1.6%, 4.5%보다 약 2~6배 높은 수준이다.
사실 프라이드치킨 등 브랜드별 기본 상품 가격 변화는 미미하다. 10년 전인 2010년 가격(1만4,000원~1만6,000원)과 같거나 1,000원~2,000원씩 오른 정도다. 하지만 주력 신메뉴 출시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 데다, 별도의 배달비가 더해져 물가지수가 올라갔다. 특히 올해 닭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최대 43%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치킨가격은 훨씬 비싸진 셈이다.
배달 앱 '깃발꽂기'가 부른 무한경쟁
현재 치킨업계 '치킨게임' 진원지는 배달 앱이다. 오프라인 치킨 가맹점의 영업지역은 본사가 지정해 준다. 매장별 상권 보호를 위해 인구수나 가구 수를 기준으로 영업범위가 정해진다. 하지만 배달 앱이 생기면서 상권분배가 깨졌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매장과 가까운 곳의 주문자 화면에 해당 매장이 먼저 노출되도록 하는 울트라콜(깃발) 광고상품을 월 8만8,000원에 운영 중인데, 일부 업체가 가짜 주소를 여러개 등록하는 이른바 '깃발꽂기'로 배달지역을 마구 늘리는 게 시발점이 됐다.
심지어 동일한 브랜드도 무한경쟁 중이다. 깃발꽂기에만 매달 100만원 가까운 돈을 쓰는 매장들도 나왔다. 가맹점들의 매출 부진은 본사 가맹사업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을 낳는 데다, 브랜드 입지 확보를 위해 배달 앱들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반값 치킨' '0원 치킨'과 같은 할인 행사 비용도 계속 지출되는 구조다.
이런 출혈경쟁에 따른 피해가 치킨업계 내부로 돌아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치킨 프렌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보통 할인행사 비용을 본사가 다 부담한다고 주장하는 업체도 알고 보면 가맹점으로부터 걷는 마진율이 애초에 경쟁사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며 "결과적으로 할인 이벤트가 잦을수록 가맹점과 본사 광고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먹방 한 편에 수천만원… "연예인 못지않아"
유튜브 마케팅도 상당한 지출을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킨 브랜드들은 뒷광고 논란 이후 광고 효과가 확실한 '빅 인플루언서'에 집중하거나 대놓고 광고임을 드러내는 이른바 '앞광고' 콘셉트의 유튜브 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BBQ는 방송인 황광희가 진행하는 유튜브 예능 '네고왕'에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직접 출연까지 한 뒤 브랜드 호감도뿐 아니라 매출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이거나 영상에 제품 노출 비중이 클수록 광고 단가는 훨씬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유재석, 전지현 등 톱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다 유튜버 광고를 하면 마케팅비를 아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구독자 100만 이상 유튜버 광고비만 편당 4,000만~5,000만원"이라고 전했다.
유독 낮은 직영점 비율도 문제
광고와 판촉 비용 상승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내 치킨 톱3 브랜드인 교촌치킨(76억3,509만원)과 BHC(82억6,336만원), BBQ(182억4,495만원)의 지난해 광고선전비와 판촉비는 약 341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TV 및 디지털 광고를 비롯해 각종 할인 프로모션 비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010년(158억9,200만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브랜드별 비용을 뜯어보면 광고선전비는 최대 141%, 판촉비는 최대 1,270% 폭증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챙기는 마케팅에만 몰두해 상품 및 서비스 본원적 경쟁과 멀어지는 행태는 다른 업종 대비 유독 낮은 직영점 비중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외식업종 가맹 사업의 평균 직영점 비율은 4.28%인 반면, 치킨 업종은 0.81%에 그쳤다. 치킨점 1,000개 중 8개꼴로 직영점이고 나머지는 가맹점이라는 얘기다.
가맹점 의존도가 높을수록 건전한 시장 경쟁과 멀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직영점을 운영하며 상품과 서비스 시장성을 검증해야 사업 불안정성과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다"며 "가맹점에만 의존하면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등 가맹점들을 통한 수익성 확보만 집중해 오히려 개별 점포들이 성장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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