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뼛속까지 사회복지사' 늘 듣고 싶은 칭찬입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뼛속까지 사회복지사' 늘 듣고 싶은 칭찬입니다!"

입력
2020.10.11 22:06
0 0

정진아 대구 샬롬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정진아 샬롬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칭찬을 꾸준히 듣고 싶다”고 말했다. 진승희 객원기자

정진아 샬롬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칭찬을 꾸준히 듣고 싶다”고 말했다. 진승희 객원기자


"12년 사회복지사 활동 중에 2012년에 진행한 '학교가자' 프로그램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7달 동안 어르신들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실 체험을 시켜드린 프로그램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대구 서구 샬롬노인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정진아(38)사회복지사는 복지대상자들에게 늘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회복지사로 통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늘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한다. '학교가자' 프로그램은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기획했다. 비록 교실체험에 불과했지만 마지막 수업에서는 학사모를 쓰고 졸업 사진도 찍었다.

실제 대학 졸업식보다 더 감동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결과였다. 정 사회복지사는 "학교를 졸업한 뒤에 곧장 사회복지사 일에 뛰어들지 않고 잠깐 외도를 했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이 일에 더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성적에 맞춰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긴 했어도 사회복지학의 가치를 몰랐던 건 아니었다. 3학년 때 학교에서 배운 대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상담한 경험이 있다. 그때 사회복지학의 진가를 깨달았다.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조부모님이 오빠와 언니, 그리고 저를 돌봐주셨는데, 그러면서 역할에 대한 혼동, 관계의 왜곡을 비롯해 다양한 갈등이 깊어졌죠. 상담을 하면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마음 속에 꼬이고 맺힌 것들을 확인하고 나름의 치유 작업을 하면서 사회복지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학문이구나, 생각했죠."

그럼에도 졸업 후 곧장 사회복지사로 일하지 않은 것은 4학년 때 주민센터에서 6개월 동안 실습을 하면서 확인한 사회복지사의 실제 근무 환경 때문이었다. 서류 업무에 발이 묶여 현장 활동을 제대로 못 하는 사회복지사를 보면서 이론은 이론, 현실은 현실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민원업무와 서류들만 쌓였을 뿐 직접적으로 복지대상자들에게 개입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너무 실망스러웠죠."

현장을 체험한 후 꿈을 접었다. 법무사 사무실에 취직해 3년간 일했다. 그 즈음에는 IMF 이후 재정적 어려움으로 개인파산ㆍ회생 상담, 진술서 작업이 많았다. 처음에는 "다들 어려운 분들이구나" 하고 열심히 했는데 알고 보니 허위로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불면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환멸감 때문에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히더군요."

결국 법무사 사무실에 사표를 던지고 2008년 대구 수성구 시지에 위치한 노인복지센터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3년간 외도를 하면서 사회복지업무의 가치를 새삼 자각한 까닭일까, 상사와 복지대상자에게 "남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당시 함께 일한 상사는 이론과 실천을 중요하게 여겼고 그만큼 업무가 팍팍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느낀 환멸과 절망이 에너지로 전환된 덕에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결혼하고 첫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 후임이 몇 명이나 들어왔지만 견디지 못하고 나갔다. 육아휴직 후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센터에서 "단축근무를 해도 좋으니까 계속 일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출근을 했는데 돌아보니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 일을 할까 말까 마음이 반반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고마웠죠."

2016년, 아이들 교육 문제로 이직을 했다. 그동안 함께한 어르신들과 헤어짐이 아쉬웠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어르신은 이직 후에도 1년간 매일 전화를 걸어와 일상적인 일들을 전했다. 결론적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통화를 했다. 정 사회복지사는 "그 할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면서 "할머니에게 보여준 그 모습 그대로 다른 분들에게도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마음에 남은 '정진아'의 모습이 앞으로 만날 모든 복지대상자의 마음속에도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뼛속까지 사회복지사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요? 아무튼,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칭찬을 꾸준히 듣고 싶어요."

정 사회복지사는 "현재 센터 대표님이 육아와 사회복지를 병행하여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서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어 오래도록 복지 현장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승희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