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업주들 "손님 없는 건 똑같아"
클럽 영업 소식에 기뻐하는 20대도
"코로나 위협은 여전하고 엄격한 방역 수칙은 그대로인데, 1단계로 내려갔다고 손님이 더 올까요."
11일 서울 명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전모(44)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 조정 발표를 생방송으로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8월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조치로 셔터를 내린 지 2달 만에 정상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전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전씨는 "문을 열어도 아마 몇주간은 파리만 날릴 것 같다"면서 "영업을 재개하면 재고나 인건비, 전기세 등을 감당해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할 만큼 손님이 올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방역 당국이 1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조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당분간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한국일보가 서울 도심 음식점과 카페 등 10여곳을 둘러보며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이 일대 소상공인들은 "방역 조치가 완화된 만큼, 나들이를 나오거나 저녁 약속을 잡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작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명동에서 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현화(44)씨는 "8월 이후엔 주말에도 빈 테이블이 많았다"면서 "손님들이 마음놓고 들어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5가에서 귀금속 매장을 하는 최모(51)씨는 "이달 들어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단계로 내려간 만큼 연말이나 내년 결혼식에 대비해 예물을 준비하는 신혼 부부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 달 반 만에 가게 문을 열게 된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업주들은 1단계 완화 조치를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도, 지금까지 손해를 보완하는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에서 7년째 노래방을 운영한 A(57)씨는 "7월에도 회식 후 2, 3차로 노래방을 찾는 손님이 한 팀도 없을 때가 많았다"며 "영업을 하나 못 하나 월세 못 내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PC방을 하는 김모(41)씨도 "한 차례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건강을 우려하는 학생 손님들이 특히 줄었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매출 수준이 빨리 코로나 전으로 회복돼서 일을 쉬게 된 아르바이트생들을 부르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방협회 회장은 "업주들이 생방송으로 발표를 지켜봤을 만큼 다들 (1단계 조정 방안을) 반기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강력한 방역 수칙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문제에 대한 대책, 다시 2단계로 상향 조정될 경우 고위험시설 기준의 조정 등 정부의 후속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답답함을 호소했던 시민들도 오랜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소식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직장인 김연수(30)씨는 "추석연휴 때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 식을 못 치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컸다"면서 "하객은 예정대로 50명 규모로 안전하게 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여전히 50명대를 유지하고 있어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거리두기 강화에 억눌려 있던 이들이 '보상심리' 때문에 클럽이나 헌팅포차(서로 모르는 남녀 손님들이 합석하는 술집) 등 갑자기 사람 많은 곳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날 1단계 조정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클럽 관련 커뮤니티에는 "소리 질러" "드디어 열리는구나" "감격이다" "10개월을 참았다"는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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