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국제사회 레드라인 넘지 않았다"?
대외 과시, 민심 다잡기 다목적 포석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 본 국제사회의 반응은 “외부 과시와 내부 단속, 다목적 효과를 노렸다”로 요약된다. 북한 당국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는 “괴물 같다”며 크기에 놀라면서도 실제적인 위협 가능성은 낮게 봤다. “북한이 과시용 이상의 공격성을 드러내진 않았다”는 신중한 판단이 대체적이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일(현지시간) 북한 열병식에 대해 “평양은 발톱을 드러냈고, 동시에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신형 ICBM 공개로 장거리 타격 능력을 높인 성과를 입증했으나 그 뿐이었다는 얘기다. 미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무기 확대를 ‘방어 차원’이라고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날 연설은 새 핵무기로 고조된 긴장을 확실히 풀어줬다. FP는 “국제사회가 설정한 어떤 레드라인(한계선)도 넘지 않고 새 능력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마커스 갈러스커스 전 미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열병식은 미 대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도발하지는 않으면서 북한이 (무기) 개선 정도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만큼 북한은 대선 전 협상도, 도발도 택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대미 직접 비난을 피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역시 11일 “미 대선 후 대미협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언제든 신형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강온, 양면 흔들기’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겉으론 실망감을 표했지만,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로이터통신에서 “북한이 자국민의 밝은 미래를 위해 힘쓰는 것보다 금지된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하는 것에 실망했다”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과거와는 사뭇 달랐던 김 위원장의 연설로 군 열병식이 ‘민심 다독이기’ 이벤트로 활용됐다는 풀이도 많았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대규모 수해, 국제사회 제재 등 3중고의 어려움을 인정한 뒤 주민들에게 거듭 “고맙다”고 말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다니엘 핑크스톤 미 트로이대 교수는 FP에 “이번 열병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정권 유지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대외 도발보다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내 결속을 먼저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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