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양경찰 판단에 대해 야당과 유족 측이 "근거가 엉터리"라고 공격하자 해경이 재반박에 나섰다. '비슷한 조건에서 인체모형(더미)을 바다에 던져 시험해보니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발견된 만큼 월북 추정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11일 해양경찰청은 “더미 투하 실험을 통해 실제 표류물의 이동경로와 예측치가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며 “실험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A씨 신고 위치 더미 표류 실험 보고서'를 토대로 "해경이 ‘실패’한 실험을 월북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가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안 의원이 언급한 ‘실패’는 해경이 더미를 중간에 잃어버린 것을 일컫는다. 앞서 해경은 A씨의 실종 추정 시간(지난달 21일 오전 2시쯤)과 조석ㆍ바람 방향이 유사한 지난달 26일 오후 7시 2분쯤 실종 장소인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더미 투하 실험을 했다. A씨가 바닷물에 쓸려갔다면, 어느 쪽으로 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었다. 그러나 해경은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3시 35분까지는 4차례 위치를 파악했지만, 이후부터는 위치를 놓쳤다. ‘소실’된 더미는 같은 날 오후 2시쯤 소연평도 남서쪽 3.7㎞ 해상에서 위치발신기가 떨어진 채 해경 경비함정에 발견됐다.
해경이 중간에 실험 더미를 잃어버렸을지언정, 더미가 파도에 쓸려 북쪽으로 가지 않고 남쪽(소연평도)에서 발견된 만큼 북측 해역에서 피격된 A씨가 헤엄을 치는 등 인위적인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실제 해경은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A씨가 인위적 노력 없이 단순 표류했을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북쪽이 아닌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경은 이날 유족 측과도 신발은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A씨의 친형 이래진(55)씨는 "해경은 동생이 슬리퍼를 갑판 위에 나란히 벗어둔 것이 월북의 근거라고 했는데, 동생이 안전화를 신고 당직 근무를 서다가 실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경은 "A씨와 실종 당일 조타실에서 함께 당직 근무를 한 동료는 'A씨가 운동화를 신고 근무했다'고 진술했다"며 "그 운동화는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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