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납건물에 330여개 구멍…최대 157㎝?
공극의 약 80% 한빛 3·4호기에 집중 ?
시공사 현대건설 “법적 의무 다했다”
책임 규명 없이 보수 방안부터 보고?
원안위원들 “원전 안전 누가 신뢰하겠나”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빠져 나가는 걸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격납건물)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지 4년이 됐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부실공사임이 드러났는데도 원자력 관계기관들은 책임 규명을 미룬 채 혈세로 구멍을 메우려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전 격납건물 공극 문제를 둘러싼 원자력 관계기관들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방위 소속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원전 공극이 생긴 원인을 파악하고 비용 부담 등을 비롯한 보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설계·감리·시공 등에 참여한 기관들과 원안위, 민간 전문가 등 총 9명으로 협의체가 구성됐으나,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후속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부실시공과 관리감독 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계속 지목돼 왔음에도 협의체가 해결 방안 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7년 6월 한빛 4호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체 24기 원전 조사를 거쳐 현재까지 확인된 격납건물 공극은 14기에 330여개나 된다. 가장 큰 건 깊이가 1m 57㎝로, 웬만한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다. 확인된 공극의 약 80%는 한빛 3·4호기에 집중돼 있다. 한빛 3·4호기의 설계사는 한국전력기술, 시공사는 현대건설, 검사기관은 원안위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운영사는 한수원이다. 한빛 3·4호기 공극 보수에만 700억원이 넘게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현대건설에 공극 발생에 대한 책임 분담 방안을 논의하자는 공문을 4차례 보냈다. 9월 18일 보낸 네 번째 공문에서 한수원은 한빛 3·4호기의 부실 운영에 대해 사과 발표를 공동으로 하거나 각각 추진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시간을 더 달라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수원 측이 이 의원실에 전했다. 협의체 구성 후 1년이 지났지만 책임 있는 모습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었던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작년 10월 국감에서 “한빛 3·4호기 준공(1995·96년) 이후 5년의 하자보수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계약된 의무를 다했다”며 책임을 회피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도 원자력 관계기관들은 원인과 책임 규명 없이 공극을 보수부터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14일 열린 124회 원안위 회의에서 KINS는 위원들에게 공극이 생긴 한빛 3호기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보수 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대해 진상현(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위원은 “시공업체, 관리감독기관, 규제기관 어디 잘못이냐에 따라 비용 책임도 달라진다”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가 전혀 안 풀린 상태인데, 일단 보수한다고 하면 국민이 원전 안전을 신뢰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원안위는 작년 8월 9일 열린 106회 회의에서 원안위와 KINS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자(한수원) 시공관리의 적절성, 규제기관(원안위) 검토결과의 타당성 등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소재를 가려내겠다는 의미였다. 공극이 생긴 원전의 사고 상황을 가정해 건전성을 평가한 뒤 보수 방법을 정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124회 회의에 참석한 김호철(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위원은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한 원자력 안전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라며 “건전성 평가도 설계상의 사고만 고려했을 뿐 중대사고에 대해선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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