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공단 광주사업소 미로공원 전경
광주시 산하 공기업인 광주환경공단이 제1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에서 쓰기 위해 납품받은 하수처리 응집제의 성분 검사 결과가 일관성 없이 부적합과 적합으로 엇갈리게 나왔는데도 해당 응집제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은 특히 최초 부적합 결과가 나온 직후 납품업체에 전량 회수 및 재납품을 요구해 놓고도 어물어물 덮은 데다, 성분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멋대로 해당 응집제 10여 톤을 써버린 것으로 알려져 하수처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단은 지난 2월 5일 A업체와 1년치 마이크로샌드 150톤(4,688만7,000원) 납품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샌드는 1, 2차에 걸쳐 오염물질 처리과정을 거친 하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수 속에 남아 있는 부영양화 원인물질 총인(T-P)을 덩어리로 접착ㆍ응집시켜 침전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침강응집제다. 환경공단은 A업체가 마이크로샌드를 납품하면 시료를 채취해 공인시험기관에 성분 규격 검사를 의뢰하고 적합 판정이 나오면 총인처리에 사용하고 있다.
공단은 이에 따라 2월 13일 1차 납품받은 마이크로샌드 25톤에서 시료(200g)를 채취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성분 규격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공단은 3월 4일 총인처리시설 공법 기술제안사가 권고한 규격 항목 중 비중이 기준(1㎥에 2.42㎏)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부적합'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러자 공단은 곧바로 A업체에게 기존 납품 물량을 모두 회수하고 재납품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은 A업체로부터 '재납품과 관련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공단은 돌연 이튿날 태도를 180도 바꿨다. 공단은 2월 13일 납품받았던 마이크로샌드에서 시료를 다시 채취해 성분 규격 검사를 재의뢰했다. A업체가 "시료를 표본추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민원을 내자, 공단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앞서 공단은 첫 번째 시료에 대한 성분 규격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3월 초까지 마이크로샌드 10여 톤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이후 3월 27일 두 번째 채취한 시료에 대한 성분 규격 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통보받자 2월분 마이크로샌드를 정상적으로 납품받은 것으로 처리했다. 공단은 2월분 마이크로샌드 납품 검수 결과 문건에 1차 성분 규격 검사 결과를 누락하고 두 번째 검사성적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 때문에 공단이 A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공단이 부적합 꼬리표 떼어주기 식으로, 적합 판정이 나올 때까지 성분 규격 검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로샌드 성분 규격 검사 결과가 부적합과 적합으로 들쭉날쭉하는 등 품질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공단은 추가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적합 판정 결과만을 받아들였다. 공단은 입찰 당시 구매 설명서에서 납품자가 부적합 제품을 공급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더구나 공단은 2차 시료도 2월 13일 납품받았던 마이크로샌드에서 표본추출했다는 걸 입증할 사진 등 관련 자료도 남겨 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공단 일각에선 공단이 작년 재고품 등으로 시료를 바꿔치기해서 성분 규격 검사를 의뢰한 뒤 '적합'한 검사성적서를 재발급받아 정상 납품 처리한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이크로샌드가 불량품이라면 방류수에 포함된 총인 농도가 기준치(1ℓ에 4.0㎎)를 넘겼을 텐데, 지금껏(3~10월) 기준치를 넘긴 적이 없다"며 "특히 마이크로샌드와 함께 첨가하는 음이온응집제 등의 사용량도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마이크로샌드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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