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코로나 극복되면 남녘 동포와 굳건히 손 맞잡길"

핵무력 언급 없이 "전쟁 억제력 강화"
대미 메시지 수위 조절
남측에는 대화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면 남녘 동포들과 굳건하게 손을 맞잡길 기원한다"며 남측에 대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자위적 방위 수단임을 강조하고 미국을 겨냥하거나 핵무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도 조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기념식 연설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며 "지금 이 시각에도 악성 비루스의 병마와 싸우는 전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남녘동포들과 굳건하게 손을 맞잡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적대세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하여 자위적 정당 방위 수단으로서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다"며 전략 무기 개발 의지는 재차 피력했다. 그는 "우리의 전쟁 억지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선제적으로 쓰이지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군사적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나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며 자위적 방어 수단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핵무력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피해 다음 달로 임박한 미국 대선을 고려해 대미 메시지를 관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연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중계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