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무대에서 득점할 때면 춤을 추며 자축했던 송민규(21ㆍ포항)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생애 첫 경기에서도 춤 췄다. 비록 공식 경기는 아닌 파울루 벤투(5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벤투호)과 김학범(60)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김학범호)의 자체 평가전이었지다. 하지만 해외파가 합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소집 기회를 잡은 그는 K리그 10골 5도움의 맹활약을 벤투와 김학범 감독 앞에서도 제대로 보여줬다.
김학범호의 송민규는 벤투호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맞붙은 2020 하나은행컵 친선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4분 수비들을 차례로 제치는 환상적인 드리블과 차분한 슛으로 동점골을 기록, 팀의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령대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그는 후반 14분 교체돼 나갈 때까지 올림픽 팀 공격을 주도하며 김학범 감독은 물론 벤투 감독의 눈도장까지 받았다.
두 팀 모두 국내에선 올해 첫 실전이었다. 벤투호가 치른 마지막 실전은 지난해 12월 18일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 김학범호는 지난 1월 26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이 마지막이었다. 국내파들만으로 구성된 대표팀인 만큼 김학범호에서 벤투호로 ‘월반’ 한 원두재(23ㆍ울산), 이동경(23ㆍ울산) 등이 선발로 나서는 등 각 팀 새 얼굴들이 대거 투입됐다.
벤투호 형님들이 먼저 기선을 잡았다. 2015년 EAFF 동아시안컵 이후 5년여 만에 대표팀에 선발된 이주용(28ㆍ전북)이 전반 14분 간결한 중거리 슛으로 첫 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후반 들어선 김학범호 동생들이 분위기를 뒤집어놨다. 그 중심엔 송민규가 있었다. 송민규는 후반 초반부터 페널티 박스 왼쪽을 제대로 파고들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후반 4분 기어코 골을 넣었다. 김학범호는 후반 12분 벤투호 권경원(28ㆍ상주)의 자책 골로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 벤투호 이정협(29ㆍ부산)에 동점골을 내줘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친선경기를 통해 협회도 마케팅에 숨통을 틔웠다. 2020년 들어 국내에서 예정됐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은 물론 각종 국제경기가 모조리 연기되면서 스폰서 노출 및 방송 중계를 통한 수익, 입장수익, 상품판매 등 굵직한 마케팅 활동 기회가 사라졌지만 이번 경기로 일단 중계 수익 및 스폰서 노출 기회를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은 대한축구협회가 나이키와 함께 지난 2월 발표한 새 유니폼도 처음 입고 뛰었는데, 기존 영문 표기였던 선수명을 한글로 표기해 한글날 의미를 더했다. 두 팀은 오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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