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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벽화 사업으로 온 주민이 독도지킴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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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벽화 사업으로 온 주민이 독도지킴이 됐어요"

입력
2020.10.0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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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동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신용섭 회장


신용섭 수성구독도사랑회 회장. 그는 "'독도사랑장학회'를 만들어서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돕고 싶고, 수성구에 독도 박물관도 하나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신용섭 수성구독도사랑회 회장. 그는 "'독도사랑장학회'를 만들어서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돕고 싶고, 수성구에 독도 박물관도 하나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대구시 수성구 상동 독도 문화거리에 있는 상동빌라의 벽면에 그려진 독도벽화. 8월에 완성한 벽화에는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문구와 함께 동도와 서도,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대구시 수성구 상동 독도 문화거리에 있는 상동빌라의 벽면에 그려진 독도벽화. 8월에 완성한 벽화에는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문구와 함께 동도와 서도,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지난 8월 23일 대구시 수성구 상동 독도 문화거리(덕화중학교 동편 100m 구간)에 있는 상동빌라의 벽면에 독도 전경이 담긴 대형벽화가 완성됐다. 벽화에는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문구와 함께 동도와 서도,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다.

벽화 사업은 '상동환경파수꾼' 모임에서 추진했다. 모임의 회장인 신용섭(59) 씨는 수성구독도사랑회회장, 상동독도사랑회회장, 세계독도대마도운동본부 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 환경 개선과 독도 역사 및 의식 고취 효과를 동시에 얻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독도 사랑으로 똘똘 뭉친 '함장마을' 사람들

신 씨는 직업 군인 출신이다. 군에 복무하면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함께 독도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독도 지키기의 가장 우선 과제는 공부와 연구였다. 독도에 관한 책을 수십 권 읽는 것을 물론이고,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면 독도재단에 문의했다.

퇴역 후에는 세계독도대마도운동본부에 가입했다. 활동 경력이 어느덧 10년이 됐다. 세계독도대마도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면서 독도를 3번 다녀왔다. 살면서 독도를 한 번도 못 가보는 사람이 태반이고, 가더라도 입도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3번 모두 입도했다.

"조상님이 공덕을 많이 쌓아야 독도를 다녀올 수 있다고들 하는데, 조상님들이 쌓은 공덕이 많은가 봅니다, 하하!"

신 씨는 독도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책자에서만 보던 독도를 직접 가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독도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독도 지킴이로서 역할을 더 활발히 할 것을 결심했다.

신 씨는 독도 역사 및 의식 고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을 고민했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마을 주민들에게도 털어놓았다. 주민들도 신 씨의 생각에 동의해 독도 알리기 모임을 만들자는 중지를 모았다.

"독도 사랑 실천이 국가나 큰 단체에서만 하는 거창한 것이냐. 우리도 '독도사랑회'를 만들어서 활동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함장마을독도사랑회'가 지난해에 결성됐다. 현재 함장마을독도사랑회 회원 수는 150명이 넘는다. 함장마을 주민과 학생들은 물론이고, 함장마을에 온 관광객들도 가입했다. 독도사랑회에서 독도 알리기 활동을 하고 있으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개중에는 현장에서 곧바로 가입 독도사랑회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머릿속으로만 하던 독도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저도 가입할 수 있나요?"

신 씨는 현장에서 가입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9년 여름, 독도사랑회 회원들이 울릉도 독도박물관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2019년 여름, 독도사랑회 회원들이 울릉도 독도박물관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함장마을독도사랑회 제공


독도 벽화에 안용복 아닌 이순신 장군 그린 이유

함장마을독도사랑회가 잘 운영이 잘 되는 데는 마을 주민들의 단합력 덕분이다. 조직 결성에서 활동까지 주민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함장마을은 '동인(同人)'이라는 훈(訓)을 가지고 있다. 동인 함장마을이란 이름에는 '주민들이 상호 협력해 마을을 발전시키고,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빛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의미 있는 활동을 기획하게 되면 마을 주민들이 함께 협력해서 추진해 나간다. 독도 벽화 역시도 함장마을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현재 상동빌라 벽면에 그려진 독도 벽화도 그렇다. 일부 주민들은 굳이 독도 벽화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냈다. 환경 개선 사업인 만큼 환경과 관련한 벽화를 그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상동빌라 주민들 몇 사람도 빌라 벽면에 벽화를 그리는 것을 반대했다. 신 씨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등하교 시에 독도 벽화를 보면서 독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상동빌라 벽면이 덕화중학교 정문 앞입니다. 학생들이 독도 벽화를 보면서 느끼고 배우는 것은 값진 것일 겁니다."

신 씨의 설득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동조했다. 학생들이 독도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벽화에 담길 내용을 구상했다. 몇몇 주민들은 벽화 작업에 직접 참여해 그림을 그렸다. 독도 벽화가 완성되기까지 마을 사람들 모두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완성된 독도 벽화에는 독도의 모습과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다. 이순신 장군을 그린 것은 일본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 중에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이순신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을 그려 '오늘 이 시간부터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그만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 그림 옆에는 영어로 'The loss of Dokdo, the loss of Korea'가 적혀있다.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의미다. 독도 재단에서 발행하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읽도록 영어도 함께 적어뒀다. 신 씨는 독도 벽화를 보기 위해서라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함장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독도를 올바르게 알리는 독도 전도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독도는 현재도 앞으로도 대한민국 땅"

함장마을독도사랑회는 수성구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들안길 프롬나드 행복마을 조성 사업'과 연계해 독도 문화거리를 조성했다. 독도 문화거리를 걸으면 독도가 우리 땅이란 근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하는 건 쉽지만 우리 땅이라는 근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도사랑회에선 주민들에게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근거 10가지를 알리기로 했다. 덕화중학교 담벼락에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란 근거를 적은 간판을 부착해뒀다. 독도 문화거리에는 독도기와 태극기를 30개씩 항시 게양해두고 있다. 독도 알리기 행사도 진행했다. 독도 플래시몹, 거리공연, 전시회를 하며 독도 사랑에 고취했다. 올해 독도의 날 역시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독도사랑회는 만들어진 지 1년 만에 의미 있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신 씨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독도사랑장학회'를 만들어서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돕고 싶고, 수성구에 독도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우선적으로는 독도사랑회에 회원 영입해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 씨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일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죠. 그리고 왜 그런지 근거를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이 더 이상 망언을 못 하죠."

김채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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