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6일 영덕군 보건소 신고로 백신 조사
식약처 "백색입자, 단백질 응집체로 안전"
제조 과정이 문제인 듯, 식약처 걸러지지 못해?
국가 백신 관리 체계 허점 숭숭
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관련 사고가 터졌다.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되면서 국민 불신을 야기하더니 이번엔 제조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음에도 걸러지지 않은 채 유통됐다. 결함이 있는 백신은 이미 1만8,000명에게 접종됐다. 보건당국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가 백신 관리체계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한국백신사의 독감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61만5,000개를 해당 제조사가 자진회수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6일 경북 영덕군 한 보건소로부터 해당 백신 안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해당 백신을 긴급 수거해 검사하고 현장 조사한 결과 이런 조치를 내렸다.
보건당국은 백색 입자가 안전성과 백신 효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색 입자는 항원 단백질의 응집체로 보이며, 단백질 99.7%에 실리콘 오일 0.3%로 확인됐다"며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 주사 부위 통증이나 염증 등 국소 작용 외에 안전성 우려는 낮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또 백신 중 항원 단백질이 응집해 입자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2012년 노바티스에서 제조ㆍ생산한 독감 백신이 이탈리아에서 백색 입자가 나타나 우리나라도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백신이 2~8도 사이에서 보관ㆍ유통돼야 한다는 콜드체인도 지켜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백색 입자가 나타난 사례가 드물지 않고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해당 제조사가 자진해서 회수하기로 했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하지만 본보와 통화한 의료계 인사는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단백질이 응집되지 않아야 인체 주입시 빠르게 퍼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단백질이 응집돼 있으니 백신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통증도 더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백질이 뭉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면 회수하는 게 당연하고, 국민 불안 때문에 회수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제조사의 결함이 식약처 사전 심사에서 걸러지지 않고 대규모로 유통돼 결국 국민들에게 접종됐다는 데 있다. 한국백신은 90만개에 달하는 독감 백신을 이번에 생산했다. 이중 절반이 훨씬 넘는 61만여개가 회수되는 셈인데, 보건당국은 허가 전 심사에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날 오후 기준 1만7,812명에게 접종됐다. 이중 1명만이 국소 통증이 나타났다는 게 식약처장의 설명이지만 효과 없는 '물백신'을 맞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 대한 회사 측의 정밀 검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면 회사에 대한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