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 진보’를 내건 정의당 선임대변인 출신 원외 인사 김종철 후보가 9일 신임 당 대표에 당선됐다. 원외 인사의 당선은 이변으로 여겨진다. 이번 선거에선 총선 이후 당의 개혁 방향과 관련해 선명성이나 대중성이냐를 놓고 맞붙었는데 당원들이 선명성 강화 필요성을 그만큼 절실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이끌어 갈 김 대표가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썼던 전임 지도부의 한계를 딛고 진보정당의 방향타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김 대표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지금까지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양당이 만들어놓은 의제에 대해 평가하는 정당처럼 인식됐다”며 “이제 거대 양당이,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거대 양당과 차별화되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 모든 복지국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진보정당이 집권했거나 최소한 제1야당이라는 것” “양당은 긴장하기 바란다” 등의 발언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 선명성 강화 기조가 읽힌다.
하지만 174석 공룡 여당이 출범하면서 양당 체제로 재편된 21대 국회에서 제3정당의 존재감은 미미하기만 하다. 한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기대가 높았던 교섭단체 진입 실패와 원내 6석이라는 초라한 결과는 비례 위성정당에 불참하는 원칙을 지킨 대가 치고는 혹독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심상정 체제가 선거법 개혁을 위해 여당과의 협력에 주력하는 바람에 조국 사태와 같은 주요 사안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원인이 더 컸다. 새로운 의제와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김 대표가 녹록치 않은 정치 환경을 극복하려면 전임 지도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진보정당의 존재 가치는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에서 벗어나 다원적 목소리가 반영되는 통로라는 점에 있다. 21대 총선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이 9.67%(270만표)에 달한다는 건 기득권 정치에 대한 환멸과 새로운 지향점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정의당이 갈 길은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고 노동 불평등 기후변화 젠더 이슈에서 시대에 부응하는 진보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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