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고차의 이력과 품질 공유로 소비자 보호는 물론 중고차 매매업자들과의 상생도 꾀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독점을 우려한 중고차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 전무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 중고차 시장은 가격 산정과 품질 조회 등 거래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며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의중고차 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 시장은 연간 220만~230만대로, 약 2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돼 왔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SK엔카’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지정기한이 지나면서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최근 중고차 사업 조직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십 년간 축적한 자동차 판매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도 공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허위 매물’ ‘고무줄 가격’ 등 기존 중고차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품질 평가와 가격 산정의 투명성까지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중기부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전제로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으로 수익을 얻겠다고 한다면 상생이 어려울 것 같지만, 산업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진입한다면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격렬히 반발하고 나선 중고차 매매 업계 판단은 다르다. 특히 "대기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현 시장을 붕괴시켜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며 "내수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내는 현대·기아차 등이 직접 중고차까지 판매하면 중고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중고차 매매 업계의 주장이다. 이들은 만약 현대차를 포함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할 경우, 대규모 거리 집회까지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사업”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고차 매집을 독과점하고, 상생 방안이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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