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SLBM 등 최신 전략무기로 무력시위하면서
동원된 병력, 주민들은 열악한 상황 내몰려
10일 열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그 동안 주요 기념일을 계기로 대규모 병력과 전략무기 등을 총출동시키며 무력시위를 해 왔다. 특히 최근 우리 공무원 피격사건과 고위층 망명 등으로 남북 관계 신뢰가 시험대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날 열병식에서 어떤 신무기가 등장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까지 이어 온 북한 삼부차 체제에서 대규모 열병식은 정권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자로 잰 듯, 오와 열을 정확하게 유지한 격렬한 사열과 병력들의 일사불란한 동작, 눈빛 등으로 정권의 건재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해 온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 같은 요소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최신형 전략무기를 등장시켜 무력시위를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최신 무기와 대규모 축제 분위기에 비해 동원 인력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군 병력이 신고 있는 군화 밑창에 '쇠징'이 박혀 있거나 행사에 쓸 도구를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등 북한의 경제 현실이 만든 옹색한 현실도 역대 열병식에서 눈에 띄었다.
열병식 '무력시위'에 동원된 북한의 최신 전략무기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SLBM, 이동식 발사차량(TEL) 등 다양한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탄두나 교체연료 ICBM, ICBM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TEL이 공개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북한 열병식에서 가장 최근 공개된 전략무기는 지난 2018년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호'다. 화성-15호는 유효사거리가 8,000마일(약 13,000㎞)에 달하는 ICBM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5년 전인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ICBM급 'KN-08'과 'KN-14'를 공개했다. 'KN-08'의 공식명칭은 '화성-13형'으로, 사거리는 5,000~12,000㎞로 추정되며 북한 최초의 ICBM으로 알려졌다. 끝이 둥근 형태의 대형 발사관에 담긴 채 공개된 'KN-14'의 추정 사거리는 8,000~9,900km다. 당시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실려 평양 김일성광장을 통과하는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7년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에서는 2016년 8월과 그 해 2월 각각 시험 발사한 SLBM '북극성'과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이 등장했다. 여기에 북한판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KN-06' 지대공 미사일과 항공모함 타격용 'KN-19' 4연장 대함 미사일 등 신무기도 잇따라 선보였다. 당시 미사일 발사시험 등 무력도발을 끊임없이 이어 가던 북한이 이 같은 최신 무기를 열병식에서 대거 공개한 것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최신 무기 뒤엔 '쇠 징' 박은 군화, 보상 없는 주민 동원
최신 무기 체계와 함께 대규모 병력 및 군중의 일사불란함은 북한 열병식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요소 중 하나다. 어깨에 총을 맨 병력들이 과장된 발걸음으로 주석단 앞을 지나며 일제히 고개를 쳐드는 장면은 '호전적인' 북한 사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통했다. 특히, 지난 2015년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핵 베낭' 부대의 사열 모습이 대외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 김정은 정권은 막강한 핵무기에 군병력의 무조건적 충성을 더하면서 체제수호의 강력한 의지를 서방에 표출한 것이다.
북한 열병식을 기록한 다양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자세히 보면, 열악한 경제 상황, 물자 조달 부족 현실 등이 눈에 띈다. 북한 사회에서 군에 대한 식량 및 물자 지원이 최우선이고 더구나 열병식 동원 인원의 경우 군복과 신발 등을 새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인들 중 일부는 신발 밑창이 닳거나 덜 닳게 하기 위해 쇠 징을 박아야 했다. 징을 박을 경우 발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못에 찔려 파상풍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군 병력에 비해 열병식에 동원된 주민과 학생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열병식을 앞두고 약 3개월간 연습에 동원되는데, 꽃술이나 카드섹션에 쓸 도구를 직접 준비해야 한다. 군인과 달리 주민들은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은 물론, 몸이 아파도 눈치가 보여 빠질 수가 없다. 정권의 과시용 축제를 위해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2018년 이후 남북 화해 무드와 북미정상회담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105번째 태양절 이후 열병식 규모를 축소하고, 전략 신무기 공개를 자제해 왔다. TV 생중계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열병식의 경우 생중계가 조심스럽게 점쳐졌으나, 이날 조선중앙TV 편성표에 열병식 중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생중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