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정황 문건을 확보하고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수사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검찰 내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이 검사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으로 윤 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것이 주요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김재현(50ㆍ구속기소)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측의 로비 정황에 대한 문건과 진술을 확보했다. 한 문건에는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 같은 주요 내용을 내부 보고가 아닌 언론 보도로 최근 알게 된 뒤 “왜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고 한다. 주요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도 답답해했다는 후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껄끄러운 관계가 수사 보고 누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는 주요 사건이 몰려 있어 매주 지검장이 총장에게 대면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지검장은 내실 있는 보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윤 총장은 아예 주례보고를 폐지했다.
보고 누락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지검장이 현 정권의 로비 의혹을 뭉개려 한 것이라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동문으로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다. 다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은 수사진행에 따라 범죄 혐의가 소명된 로비스트의 수사경과 등을 대검에 계속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보고되지 않은 내용이 있더라도 혐의 성립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경우에 국한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라임 사건도 대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이끈 라임 수사는 주요 경과마다 철저하게 보고해왔지만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진술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부 입맛에 맞는 물갈이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검찰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두 차례 인사로 친정부 인사들이 요직에 앉혔고, 현 정권을 수사했던 총장의 측근은 대검 내에서조차 쳐냈다. 대검의 기능도 축소하며 ‘총장 힘 빼기’가 이뤄졌다.
과거엔 검찰 주요 사건의 수사와 처리가 총장의 최종 지휘와 결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총장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 사건의 보고·지휘가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 현장이 친정부 성향의 지검장들로 둘러싸이다 보니 청와대 및 정치권 고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은 지연·부실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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