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10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 전략 자산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 이상으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직접 군사 도발은 자제하되, 핵 고도화 능력을 과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새 무기를 선보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 연설에 나서는 열병식을 생중계할지 주목된다.
노동당 창건일은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ㆍ4월15일), 정권 수립일(9월 9일) 등과 더불어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 기념일이다. 북한은 65주년이나 70주년 등 5년 단위 정주년에는 평소보다 성대한 기념 의식을 치러왔다. 북한은 2017년 4월 태양절 때는 신형 ICBM 등을 대거 선보인 열병식을 생중계했으나 남북 및 북미 대화가 활발해진 후에는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2018년 2월 건군 70주년 열병식과 같은 해 9월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때는 녹화 방송을 진행했고 주요 전략 무기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북한이 열병식에서 새 전략 무기를 대거 선보이고 이를 생중계한다면 미국과의 긴장 수위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다만 새 무기의 시험 발사는 자제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김정은 연설, 재난ㆍ재해 '선방 자축' 전망
이번 기념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 연설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2015년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공개 연설에선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며 자위적 무장력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 그간 공 들였던 미국과의 협상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이러하다할 성과를 내지 못해 치적을 대대적으로 자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수해 등의 악재까지 겹쳤고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성과로 내세우려 했던 평양종합병원 건설 사업 등이 외부 요인으로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난ㆍ재해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미국 제재도 계속 버틸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고체연료 미사일? 다탄두?...신형 ICBM 등장 가능성
김 위원장은 대신 신형 ICBM 등 전략 자산을 공개해 대외적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2017년 시험 발사한 화성 14ㆍ15형 보다 위협적인 다탄두 ICBM이나 액체연료보다 발사 징후를 탐지하기 어려운 고체연료 ICBM이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그간 등장하지 않은 ICBM 발사용 이동식 발사차량(TEL)도 선보일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도 과시할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인근 알섬(바위섬)에 새 구조물을 지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전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표적용 구조물로 추정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당 창건일에 맞춰 SLBM을 시험 발사는 하지 않되 열병식에서 새 SLBM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