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의 결사ㆍ단결 자유를 강화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에 드라이브를 건다. 협약 비준이 성사되면 해직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5급 이상 공무원의 단결권이 보장되는 등 노사 관계를 다시 쓰게 된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에 이어 ILO 핵심 협약 비준에 나서며 ‘노심(勞心)’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권 핵심 관계자는 9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와도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대법원이 지난 9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교직원과 해고 노동자 등을 위해 입법 공백을 메우는 것은 국회의 숙제”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ILO 핵심 협약 관련 노동법ㆍ교원노조법ㆍ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고자ㆍ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폐지하며 △퇴직 교원의 교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노조 구성의 자유를 강화하고,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계 요구를 반영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주요 시설을 점거하는 방식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노동계와 '거리'가 있는 국민의힘도 ILO 핵심 협약 비준에는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더 늦추면 상당히 나쁜 국가라는 이미지가 남고, 무역 제재 압박도 심각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며 "여당과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협약 비준을 더 늦추면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2010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당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요구했고, 최근 ‘한국이 10년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했다.
하지만 재계는 기업 부담을 가중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재계 반발을 고려해 주52시간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협약을 ‘패키지’로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인력 운용에 부담감을 느끼는 재계에 ‘당근’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들어 부쩍 노동계에 다가가고 있다. 민주당은 재계 반대 목소리를 차단한 채 공정경제 3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말까지 노동ㆍ경제 개혁에 뚜렷한 성과를 내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서울ㆍ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표밭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고려한 행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초면 차기 대선 정국으로 빨려들기 때문에 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동력이 떨어진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입법을 다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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