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의사당 공격 등 '내란' 음모 혐의도
휘트머 주지사, 코로나19 봉쇄로 우파 세력과 대립
미국 미시간주(州)에서 민주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 한 극우 집단이 당국에 사전 적발돼 기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대선 전후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휘트머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남성 13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전날 연방수사국(FBI)은 한 무장단체와 함께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할 음모를 꾸민 혐의로 남성 6명을 체포했고, 미시간 주정부는 '울버린 파수꾼'이란 이름의 극단주의 단체와 관련이 있는 남성 7명을 테러 활동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다.
극단주의자들은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해 위스콘신주의 은거지로 옮긴 후 '반역죄'로 재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들이 여름부터 휘트머 주지사 납치 구상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8월과 9월에는 휘트머 주지사의 별장을 몰래 감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격연습과 군사 훈련을 하는 등 범행을 미리 '리허설' 하기도 했으며 폭발물 제조도 시도했다고 FBI는 덧붙였다. 미시간주가 체포한 극단주의자들은 주의회 의사당 공격을 모의하는 등 '내전'을 음모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들은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비필수 업종 폐쇄 조치와 마스크 의무화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우파 세력과 대립해 왔다. 보수 세력들은 지난 4월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 남부연합기와 총기를 들고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시간을 해방시켜라"라는 시위대를 두둔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겨 비난이 일기도 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범행을 사전에 막은 사법 기관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미시간주에는 증오와 편견,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병들고 타락한 사람들이 정의로 인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휘트머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열린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나 무장 세력에 대해 비판을 거부한 것을 거론하면서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던 조직 같은 단체에 대한 비판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휘트머 주지사의 발언에 대해 "주지사가 이상한 주장으로 분열의 씨를 뿌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와 모든 형태의 증오에 대해 비판해 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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