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장애인 단말기 보급에 예산 80억 쏟아
장애인들 사용 어려워 외면, 단말기 이용률 30%
한국도로공사가 2010년부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용 '하이패스 감면단말기'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단말기 이용률은 3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말기를 쓸 때마다 본인 지문을 인증해야 하는 방식인데, 잦은 휠체어 사용으로 지문이 닳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아서다.
9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일반 차량의 하이패스 이용률은 80% 안팎에 달하지만, 장애인의 '하이패스 감면단말기'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36.3%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이용률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해도 여전히 일반 차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장애인들이 쉽게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받을 수 있게 '장애인 전용 감면단말기'를 도입했다. 단말기에 달린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인증해 본인인 걸 확인한 뒤 4시간 안에 하이패스 요금소를 통과하면 통행료를 50% 깎아준다. 도로공사는 감면단말기 보급을 확대한다며 2015년부터 단말기 비용 9만5,000원 중 6만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벌여왔다. 도로공사는 지금까지 약 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애인들에게 총 16만5,000대의 단말기를 보급했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용률 저조로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지문인증 방식의 감면단말기가 장애인이 사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휠체어를 장기간 이용해 아예 지문이 없어진 장애인이 많은 데다 몸이 불편해 주로 뒷자석에 타는 장애인들로선 운전석 옆에 설치된 단말기에 지문을 갖다대는 게 쉽지 않아서다. 특히 중간에 시동을 끄거나 지문인증 4시간 안에 하이패스 요금소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 다시 지문인증을 해야 하는 점도 장애인들에게 번거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면단말기를 설치했어도 사용 방식이 번거로워 상당수 장애인들은 하이패스 이용을 포기하고 일반 도로 통행소를 대신 이용한다.
천준호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고려없이 단말기 보급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장애인 이용률은 낮은 것"이라며 "도로공사는 앞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장애인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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