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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요청하자 베를린시 "소녀상 7일 내 철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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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요청하자 베를린시 "소녀상 7일 내 철거하라"

입력
2020.10.08 20:47
수정
2020.10.08 21:04
6면
0 0

"자진 철거 거부하면 강제 집행" 경고
日 정부 요청 이후 며칠만에 철거 공문

9월 25일 독일 수도 베를린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읽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9월 25일 독일 수도 베를린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읽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 당국이 도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를 명령했다. 기한 내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하겠다는 경고도 했다.

베를린 미테구(區)는 7일(현지시간)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의 관련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베를린 소녀상은 지난 7월 미테구청의 최종 허가를 받아 지난달 말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됐다. 독일 내 세 번째 소녀상이자, 공공장소에 설치된 첫 소녀상이었다.

미테구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을 설치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 시 자행된 여성 폭력 문제를 다룬다고 해 설치에 동의했는데,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서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 측은 애초 허가 과정에서 설명문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비문에 대해선 "예술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ㆍ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짧은 설명이 담겼다.

이번 철거 공문은 최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소녀상 설치 보도가 나가자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이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철거를 요청했고, 주독 일본대사관도 최근 베를린 당국에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협의회는 현지에서 연대해온 50여개 시민단체와 공동 대응을 모색할 방침이다. 철거를 보류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정화 대표는 "협의회가 독일에서 위안부 문제 등 전시 여성 폭력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는데 '공공장소를 도구화했다'는 지적은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대화로 미테구를 설득할 것"이라며 "기자회견과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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