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변화 노력하면 국민이 다시 믿어줄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주도하는 포럼에 떴다.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표와 공개 석상에서 마주한 것은 당권을 잡은 뒤 처음이다. 두 사람에겐 차기 대선의 보수 ‘킹메이커’를 자처하면서도, 스스로 ‘킹’이 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공통분모가 있어 만남 자체에 이목이 쏠렸다.
'킹'은 당연히 한 명이지만, 가장 힘 센 '킹메이커' 역시 한 명일 수밖에 없다. 단 '한 자리'를 놓고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표가 언젠가는 치열하게 맞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모았다가 결별한 사이다.
김 위원장은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의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김 전 대표가 전직 의원 약 60명과 함께 만든 포럼으로, 국회와 가까운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강연한다는 소식에 포럼 회원들이 거의 다 나타났다. 포럼이 개최한 그간 7번의 세미나 중 최다 인원이었다. 김 위원장 초청은 김 전 대표가 직접 추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약속 시각보다 10여분 먼저 도착해 참석자들과 ‘스킨십’을 했다. 이어 강연과 비공개 토론에서 “변화의 노력을 지속하면 국민이 다시 한 번 국민의힘을 믿을 수 있겠다고 여기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변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공정경제 3법' 추진 등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를 국민의힘 옛 주류가 떨떠름해하는 상황에서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취재진에 공개된 시간 동안 김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을 '주인공'으로 극진히 예우했다. 공개 발언도 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과 나란히 배치된 좌석을 포럼 공동대표인 강석호 전 의원에게 양보했다.
대신 세미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김 위원장에게 내년 보궐선거, 차기 대선에 대한 생각을 적극 피력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역이 보궐선거에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며 “우리당 의석이 104명이고, 여러 명이 기소 당한 상황이지 않나.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위험한 짓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원외 인사 가운데 옥석을 골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김 전 대표는 부산시장 후보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우리는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하기 위해 모인 거고, 2선을 성공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불출마 의지를 완곡하게 밝혔다. 김 위원장도 “현역이 나가면 국회의원 선거를 새로 해야 하니 새 인물이 나오는 게 가장 적합하다“며 김 전 대표 의견에 동조했다.
‘충돌’까지는 아니었지만 두 인사는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해서는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 야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우리당 소속이 아닌 사람은 물어보지 말라”고 했으나, 김 전 대표는 “다음 대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비상상황이니 모든 울타리를 없애고 반문(反文)연대 누구든지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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