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감독에 잔여 연봉 보전, 대행은 35세 코치
프로야구 손혁(47) 8일 키움 감독이 계약 첫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사퇴의 변은 ‘성적 부진’이다. 하지만 키움은 손 감독이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한 7일까지 73승1무58패로 3위에 자리한 팀이다. 9월 들어 14승1무18패로 주춤하며 선두 싸움에서 밀려나기는 했으나 부진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성적표다.
사퇴 시기와 감독 대행 선임도 야구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키움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 종료까지 불과 12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규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그 분위기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갈 시점에 감독 사퇴로 선수단 분위기만 어수선해졌다.
또 감독이 물러나더라도 보통 지휘봉은 감독을 보좌하며 큰 틀에서 선수단을 관리했던 수석코치가 넘겨 받는데, 키움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고, 간판 타자 박병호(34)보다 한 살 많은 김창현(35) 퀄리티 컨트롤 코치를 파격적으로 선임했다. 그러면서 자진 사퇴한 감독에게 2년 계약한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야구계 관계자는 “현장과 프런트의 감정 싸움 결과 아니겠나”라고 바라봤다. 류중일 LG 감독은 손 감독의 사퇴 소식에 “(순위표) 밑에 있는 감독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손 감독과 키움은 8일 고척 NC전에 앞서 손 감독의 자진 사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키움은 “손 감독이 7일 NC전을 마친 뒤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이날 손 감독의 자진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감독 또한 구단을 통해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며 “저를 감독으로 선임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에게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취재진에게도 문자 메시지로 “아직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다”며 “더 공부하고 노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김창현 감독대행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임 감독님이 순위를 잘 유지했고, 큰 틀을 잡아줬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은 대전고를 거쳐 경희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2013년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퀄리티 컨트롤 코치에 선임됐다. 이 보직은 특정한 한 분야를 전담해 지도하는 게 아니라 경기 영상과 통계, 데이터 자료 등을 분석해 파트별 코치들과 경기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경기 중에는 감독의 의사결정을 도와 팀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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