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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맞아 주시경의 ‘말모이 사전’  보물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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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맞아 주시경의 ‘말모이 사전’ 보물로 지정된다

입력
2020.10.08 17:15
수정
2020.10.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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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보물 지정이 예고된 ‘말모이 원고’. 문화재청 제공

8일 보물 지정이 예고된 ‘말모이 원고’. 문화재청 제공

첫 우리말 사전인 ‘말모이 원고’ 등 2종류의 근대 한국어 사전이 보물로 격상된다.

문화재청은 한글날 하루 전인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에 따라 현재 국가등록문화재 제523, 524호인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말모이 원고’는 학술 단체인 ‘조선광문회’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사전 ‘말모이’의 원고다.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인 ‘말모이’는 오늘날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원고 집필은 1911년 시작한 뒤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뤄졌다. 본래 여러 책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진다.

1916년 김두봉이 ‘말모이 원고’를 토대로 만든 문법책 ‘조선말본’은 김두봉이 일제 감시를 피해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고 이규영도 세상을 떠나며 정식 출간되지는 못했지만, 이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이 편찬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말모이 원고’는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한 사전 출판용 최종 원고라는 점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 △일제 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ㆍ학술적 의의가 크다는 평가다.

8일 보물 지정이 예고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미등록본. 문화재청 제공

8일 보물 지정이 예고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미등록본. 문화재청 제공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1942년 13년간 작성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현재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3곳에 분산돼 있다. 특히 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 부분인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이던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 유족이 소장 중인 미공개 자료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됐다.

해당 문화재는 일제 식민 지배 당시 독립을 준비했다는 사실의 증거물이자 언어 생활 변천을 알려주는 자료로, 우리 민족 힘에 의해 국어가 체계적으로 정립됐음을 보여주는 만큼 가치가 인정된다는 게 문화재청 측 설명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근대 문화재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를 추진해 왔고, 올 들어 ‘말모이 원고’ 등 9건의 문화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왔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 결정은 그 첫 결실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대상 문화재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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