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선 여객기를 주로 띄우는 인천공항공사는 울상이지만, 한국공항공사는 만면에 화색이 확연하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ㆍ제주ㆍ김해국제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8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추석 연휴 기간(9월 30일~10월 4일) 공항 이용객 수가 86만2,697명을 기록했다. 작년 추석 연휴 기간 이용객(103만1,354명)과 비교하면 83.6% 수준이다. 공항별로 김포공항은 전년의 88.6%, 김해공항은 88.9%를 기록해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가족과 함께 제주도를 가기 위해 김포공항을 찾았던 회사원 박모(39)씨는 통화에서 "공항에 도착해서 늘어선 긴 탑승수속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공항 분위기도 비슷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달랐다. 명절 연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던 곳이지만 검역 등의 문제로 해외 여행객 수가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은 3만5,263명을 기록했다. 작년 추석 연휴(89만7,308명)의 3.9%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5,877명에 그친 것인데, 작년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20만명이 몰렸던 것에 비하며 초라한 실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울상’, 한국공항공사 ‘방긋’의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인천공항 분위기는 당분가 더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쏠리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실제 국내 항공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각 코로나19로 닫혔던 하늘길이 속속 열리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이날 7개월 만에 원주~제주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전북 군산과 제주 노선에서는 제주항공이 신규로 비행기를 투입했고, 진에어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여행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항공기를 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소형 공항의 경우에는 최근 이용객 수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곳도 있다. 지난 8월 한 달 기준으로 양양공항 이용객은 5만806명으로 전년(1,567명) 대비 3,142%가 급증했다. 포항(269.1%)과 여수(37.6%), 울산(19.4%), 광주(11.7%)도 이용객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이날 진에어의 원주-제주 운항 재개에 대해 우병렬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운항이 다시 시작한 만큼 노선 정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만큼 양 공항공사의 희비는 더 크게 갈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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