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일지(본명 임종주) 전 동덕여대 교수가 1심 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8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하 전 교수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을 명령했다.
하 교수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12월 10일 제자 A씨에게 입을 맞추는 등 상대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았다. 하 교수 측은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입맞춤을 승낙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또 피해자가 사건 이후 '이성적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점을 보면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모두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의 남자친구도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나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피해자의 지도교수도 피해자가 연구실로 찾아와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사건 직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사실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피해자가 하 전 교수와 지속적으로 연락한 점과 이메일 내용에 대해서는 "작가이자 교수님으로서 존경하고 제자로서 피고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성추행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메일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이성적 감정을 가지고 입맞춤을 허락했다고 추단할 수 없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나 피고인은 입맞춤을 '교수가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정표현'이라고 주장하는 등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 교수의 성추행 혐의는 지난 2018년 3월 A씨가 인터넷을 통해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 교수는 A씨의 폭로가 거짓이라며 A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직위해제됐던 하 전 교수는 올해 9월 1일자로 동덕여대에서 정년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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