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빠르게 흐르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수 많은 브랜드들은 ‘내연기관의 종말’을 예고하듯 전동화 전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파워트레인 구성에 있어 발 빠르게 전동화 모델 및 부분적인 전동화 적용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하이브리드 외골수’의 길을 걸어왔던 토요타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렇게 하이브리드 세단의 대명사, 그리고 하이브리드 세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존재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우선 토요타의 주력 세단 모델, ‘캠리’를 기반으로 한 만큼 그 체격의 구성에 있어서는 여느 캠리와 동일한 모습이다. 4,880mm까지 늘어난 전장과 1,840mm 및 1,445mm의 전폭 및 전고는 최신의 중형 세단이 갖춰야 할 ‘체격’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그 동안 일본차들의 ‘틀’과 같았던 2,775mm의 휠베이스는 2,825mm까지 늘어나며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덧붙여 하이브리드 시스템, 즉 복수의 고성능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을 탑재해 공차중량은 1,655kg에 이른다.
‘와일드’를 탐한 보편적 존재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타이틀 슬로건은 놀랍게도 ‘와일드 하이브리드(WILD HYBRID)’다. 초대 캠리부터 현행의 8세대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쉽게 언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중적이고 보편 타당했던 캠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승을 위해 준비된 8세대 캠리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을 본다면 ‘와일드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이 꽤나 잘 어울리는, 그리고 ‘디자인에 이은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키는 하나의 촉매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모든 포트폴리오에 전해지고, 새로운 변화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캠리’는 당대 토요타 디자인의 핵심 중 하나였던 ‘킨-룩’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스포티한 프론트 그릴과 날렵한 헤드라이트, 그리고 마치 고성능 튜닝 모델 같은 큼직한 에어 인테이크의 디테일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물론 조화롭거나 여유로운, ‘전통적인 중형 세단’ 고유의 디자인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들의 전반적인 흐름을 고려한다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이라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일 세그먼트에서 ‘체격 끝판 왕’인 쉐보레 말리부가 존재하는 만큼 그 체격이 대담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캠리 하이브리드의 측면 역시 더욱 넉넉하고, 여유롭고 그리고 또 세련된 모습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측면과 멀티 스포크의 알로이 휠 등 시각적인 디테일에 있어서도 그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끝으로 후면에서는 날렵한 이미지가 이어진다. 날렵하게 그려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볼륨감을 강조한 후면 범퍼의 조화를 통해 더욱 젊고 세련된 세단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덧붙여 하이브리드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머플러 팁을 드러내는 타입의 바디킷을 더해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그리고 균형 잡힌 공간
꽤나 강렬하고 세련된 감성이 돋보이는 외형을 가진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실내 공간은 의외의 반전을 제시한다.
사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외형만 본다면 실내 공간 역시 날카롭게 찢기고 이채로운 연출을 더해 스포티한 감성을 더할 것이라 예상되나, 막상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무척이나 보수적이고 균형에 집중한 공간 연출을 느낄 수 있다.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로 제작된 토요타 특유의 비대칭 센터 패널과 넉넉한 공간을 느끼게 하는 대시보드의 구성 등을 더해 ‘중형 세단의 여유’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토요타다운 스티어링 휠, 평범하게 느껴지는 계기판 등이 더해져 ‘전형적인 중형 세단’의 가치를 제시한다.
전형적인 일본식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춘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래픽 연출이나 하드웨어의 수준이 평이한 수준이지만 내비게이션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위한 전용 정보 페이지 등 필요한 기능들을 충실히 갖추고 있어 ‘사용자의 만족감’을 이끄는 모습이다. 덧붙여 깔끔한 한글화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이와 함께 전체적인 소재의 선택이 그리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중형 세단으로서는 준수한 수준이며 볼륨 다이얼 등과 같은 일부 부분의 경우에는 헤어 라인 및 표면 질감의 연출을 통해 감성적인 만족감을 한껏 높이는 모습이다.
실내 공간은 중형 세단으로서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먼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1열 공간을 살펴보면 쿠션감을 충분히 확보한 넉넉한 크기의 시트를 배치해 다수의 탑승자를 만족하게 만든다.
덧붙여 레그룸 역시 넉넉한 편이라 드라이빙 포지션의 구현이 용이하다. 다만 시트의 높이가 다소 높은 편이고, 대시보드가 상당히 낮게 연출되어 ‘운전자가 떠 있는 듯한’ 느낌과 다소 협소한 헤드룸을 느끼게 된다.
2열 공간은 ‘중형 세단’ 즉, 패밀리 세단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기술적인 연출이나 고급스러운 연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기존 모델 대비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넉넉한 ‘공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패밀리 세단’의 역할을 언제든 이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제공한다.
덧붙여 적재 공간의 여유는 무척 인상적이다. 간혹 배터리의 위치에 따라 적재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는 것이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깔끔한 패키징을 통해 497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공간 구성 역시 깔끔한 만큼 다양한 짐을 보다 손쉽게 적재, 배치할 수 있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시승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토요타 및 렉서스 브랜드 전반에 걸쳐 많은 시간 동안 그 신뢰도와 완성도를 인정 받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자리한다.
토요타의 최신 엔진 기술인 D-4S를 품은 최고 출력 178마력과 22.5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직렬 4기통 2.5L 다이내믹 포스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더해 최신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합산 211마력의 성능을 내며 이는 e-CVT와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주행을 구현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도로 위에서의 경쾌한 드라이빙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합 기준 16.7km/L라는 우수한 효율성을 제시한다. 참고로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7.1km/L와 16.2km/L에 이른다.
TNGA의 가치, 그리고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의 주행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토요타의 새로운 자동차 개발 기조인 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드라이빙 포지션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시보드가 워낙 낮게 연출된 탓에 여전히 운전자가 다소 붕 떠있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시동을 걸면 곧바로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정숙성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으로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아이들링’ 시 소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다만 가솔린 엔진이 깨어날 때, 그리고 깨어나 작동을 할 때에는 꽤나 존재감이 도드라지는 편이라 ‘방음’에 대한 투자가 조금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성능에 대한 만족감’이 곧바로 드러난다.
실제 2.5L의 가솔린 엔진이 제시하는 178마력의 출력 그 자체로도 중형 세단에게 충분한 성능을 제시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제시하는 211마력을 바탕으로 시원스러운 가속 성능과 추월 가속, 그리고 이어지는 고속 주행 역시 가능하다.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다양한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주행을 이어갈 수 있으며,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그 출력의 활용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산길을 달리거나, 테크니컬 서킷 중 하나인 인제스피디움과 같은 트랙을 달릴 때에도 큰 부족함은 없었다.
다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엔진의 존재감이 다소 크게 도드라지는 편이라 엔진을 적극적으로 회전시킬 때에는 실내 공간이 꽤나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변속기에는 e-CVT가 장착되어 엔진의 출력 전개를 협조하는데 기본적으로 ‘능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
CVT의 특성 상 즉각적이고 스포티한 감성이 도드라지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최적의 출력 구현 및 효율성의 구현을 이뤄내 ‘주행 전반의 만족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대다수의 CVT가 그런 것처럼 주행의 즐거움, 혹은 감성적인 매력은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토요타의 최신 자동차 개발 기조인 TNGA의 효과는 보다 확실하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물론이고 최신의 토요타 차량들이 모두 제시하는, 공통된 질감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보다 가볍고, 보다 탄탄하고, 그리고 보다 낮은 무게 중심은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실제 주행 과정에서 느껴지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움직임은 꽤나 경쾌하고 민첩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느낌은 어쩌면 ‘혼다 어코드’의 질감과 유사할지도 모르지만,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분명 더욱 보다 젊고 스포티한 조향 반응, 그리고 일체감이 강조된 움직임을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한껏 살린다.
그러면서도 토요타의 전통적인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것도 핵심일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전에 비해 더욱 경쾌하고 민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보편적인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편안함’ 역시 고스란히 구현해 ‘모두를 위한 세단’의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유로 주행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고속 주행에서 그 효과가 반감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차량들과 비교하기 가장 좋은 척도인 만큼 자유로 주행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유로를 50km 가량 달린 결과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여느 디젤 세단들을 위협할 정도라 할 수 있는 22.8km/L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점: 스포티한 외형과 보편적인 공간, 그리고 만족스러운 드라이빙과 효율성
아쉬운점: 일본의 존재, 그리고 다소 높게 느껴지는 드라이빙 포지션, 그리고 주행 시 소음
만족스러운 선택,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분명 구매를 앞두고 ‘자동차 외적인 부분’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벽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고 또 그에 동의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평가절하 하는 건 또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라는 존재는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그리고 브랜드의 자동차 개발 기조 변화가 ‘실제 자동차에게 어떤 변화’를 이뤄내는지 직접 경험하고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촬영지원: HDC 아이파크몰 용산 / 한국토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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